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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새해 벽두, 언젠가 일어날 일들이 몰려왔다

최종수정 2016.01.11 11:00 기사입력 2016.01.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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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주필

박명훈 주필

2016년 출발이 심상치 않다. 새해 벽두부터 초대형 이슈가 지구촌을 연타했다. 권투로 치면 시작부터 난타전이다. 탐색전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몇 라운드 가지 못하고 KO로 끝장날 것 같은 분위기다.

1년 같은 열흘을 보냈다. 열흘이라지만 신정연휴와 주말 휴일을 빼면 일한 날은 겨우 5일. 그 짧은 기간에 국내외에서 한해 10대 뉴스 후보에 오를 만한 빅뉴스가 잇따랐다. 중국 증권시장의 주가 대폭락,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단교, 북한 4차 핵실험, 보육대란의 현실화, 환율 1200원 돌파, 원유가 30달러 붕괴….

2016년을 내다보면서 가장 많이 등장한 수식어는 '불확실성'과 '대분열'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 높은 해라는 뜻이다. 그 기저에는 환호할 만한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우울함이 깔려 있다. 연초에 폭발한 경제적, 또는 지적학적 핫이슈는 예측 불가한 2016년 우울의 편린이 그나마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새해 첫 거래를 시작하며 '신년효과'를 기대하던 세계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중국쇼크'는 특히 그렇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세계 경제의 불안이 됐다. 중국 경제의 둔화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다만 충격 없이 부드럽게 내려앉을 것인가, 아니면 요란하게 떨어져 상처를 입을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릴 따름이다.

중국 증시의 폭락 사태는 단순한 주식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실물경제의 본격적인 하강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이는 또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많은 신흥국들이 중국 경제에 기대어 성장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중국 경제의 추락이 겹친다면 신흥국들은 비빌 언덕이 없어진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몰려 든 돈이 일거에 빠져나가면 위기에 처할 곳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은 여러 면에서 신흥국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26%에 이를 만큼 과도하다는 점에서 한국경제가 받게 될 구조적인 충격파는 결코 신흥국에 못지않을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이 격돌하는 중동 정세의 불안은 저유가 체제의 향방을 한층 가늠키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전시설이 타격을 입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유가가 급등할 것이다. 반대로 서방의 규제에서 풀린 이란이 수출을 본격화하면 원유 값은 더 떨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시선을 단번에 중동에서 한반도로 돌려놓았다. 이번에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북한의 불변의 핵보유 의지다. 수소탄 실험의 성공 여부보다 더 본질적인 북핵 리스크다.

정부는 중국 증시가 폭락했을 때 국내 금융시장에 '제한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사태에 대해서도 '제한적'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 실험 직후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북핵 리스크의 영향은 '일시적, 제한적'이라고 정부 입장을 정리했다. 지난 4일 중국 증시가 폭락한 다음날 증시는 반등했고 북한의 핵 실험을 감행한 날의 코스피는 0.26% 하락에 그쳤다. 그런 시장의 움직임에 비춰볼 때 제한적이라는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경제는 심리다. 하지만 '제한적'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악재를 설명하려는 정부의 모습에서 어휘의 빈곤과 무사안일의 관료주의가 묻어난다. 차라리 '제한적'이라는 단어에 몇 가지 등급이라도 매겨서 말해주면 고맙겠다.

시장은 잦은 리스크에 감각이 둔해졌다. 정책당국자들이 시장처럼 반응하고 행동한다면 큰일이다. 중국쇼크나 북핵 리스크를 '제한적'이라며 '별 일 있겠느냐'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위기를 자초하는 행위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도 정부는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말로 얼렁뚱땅 넘기려 했었다.

일어날 일은 언젠가 일어난다. 맞을 매라면 일찍 맞는 게 낫다. 공은 우리 손에 넘어왔고 우리는 시험대에 올랐다. 정책당국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일찍 찾아온 충격파를 축복으로 여기며 맞서는 승부사의 자세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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