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니 짧은 생각이었다. 달마다 연휴가 누구에게나 반가운 것은 아니다. 도심 골목의 작은 음식점, 일용직 근로자, 시급 아르바이트생…. 그들에게 연휴는 생계의 위협일 뿐이다. 365일이 쉬는 날인 실업자나 기계를 계속 돌려야 월급이 나오는 영세기업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세상에는 샐러리맨만 있는 게 아니다.
돌아보면 올해처럼 한 쪽만 보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적도 없었던 듯싶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했다. 짙은 안개가 사위를 둘러싸 음영과 앞길을 제대로 가려내기가 어려웠다. 혼돈 속에서 모두들 자기가 보고 있는 것,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외쳤다.
숫자가 객관적 사실을 드러낸다는 경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가 살아나는지, 일자리는 늘어나는지, 개혁은 하는 것인지 모두 알쏭달쏭했다. 그런 애매한 상황이 몇 년째다. 다가오는 2016년 새해의 경제 전망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한국경제를 상대적으로 호평가하는 데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지구촌 불황과 저성장 여파로 눈높이가 크게 내려간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채무위기를 겪고 있다. 원자재 값 폭락으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나는가 하면 장기불황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런 쪽의 눈으로 본다면 한국경제는 훨씬 나은 편이다. 그러니까 이대로 쭉 가도 괜찮다는 말인가. 선방했다고 자화자찬할 것인가. 저성장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손을 들 것인가.
박근혜정부에 2015년은 기회의 해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년사에서 올해를 '우리 편'이라 선언한 것은 나름 근거가 있었다. 큰 선거도 없었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개혁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됐다. 실세답게 최 부총리는 마음껏 칼을 휘둘렀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부동산 경기를 띄웠다. 금리를 내리고 소비세도 깎아 줬다. 민간의 세일행사까지 정부가 나서 방석을 깔았다.
하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1년 내내 고쳐 써야 했고 수출은 계속 뒷걸음질 쳤다.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며 많은 기업들이 부실의 늪으로 추락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치솟는 전월세 값은 민생을 옥죄고 있다. 연초만 해도 '3만달러의 꿈'에 부풀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오히려 작년보다 줄어들 게 확실해졌다. 서민과 기업, 시장에서 바라본 한국경제의 2015년은 우리 편도, 선방한 해도 아니었다.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하거나 성취하지 못한 미완의 해이자 고통의 행군을 거듭한 해였다.
곧 경제팀 수장이 교체될 것이다. 사방은 절벽이고 남아 있는 정책의 화살은 많지 않다. 오만하거나 착시하면 안 된다. 빛과 그림자를 두루 살피고 집중해서 정확한 표적을 찾아내야 한다. 2015년 경제가 세밑에 남기는 고별사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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