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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칼럼]국정원 해킹 논란과 기능 이원화

최종수정 2015.07.20 11:21 기사입력 2015.07.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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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전북대 초빙교수

윤승용 전북대 초빙교수

과거 냉전시대의 첩보기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다. KGB는 러시아 혁명시기인 1917년에 체카라 불리는 '전 러시아 반혁명 태업단속 비상위원회'라는 비밀 경찰기구가 시초다. 체카의 초대 수장은 펠릭스 제르진스키라는 전설적 혁명가였는데 이 기관은 베체카(전 러시아비상위원회)라는 중앙집권적 행정조직으로 개편됐다가 수차례의 통폐합을 거쳐 1954년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KGB로 바뀌었다.

KGB는 공식적으로는 정부기구로 편제돼 있었으나 당서기국과 연결돼 있어 수백만 명의 내부 조력자를 가진 거대 조직으로서 막강한 실권을 소유했다. 또한 그 예하에 10여개의 부서를 둬서 첩보 방첩 활동을 비롯해 고위간부 및 중요시설에 대한 경호, 군부 내의 보안활동 감시와 통제, 통신과 암호 해독 등 국가안보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관할하는 등 초법적 권력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KGB는 반인권적 행태로 악명을 떨쳤다. 역대 KGB 수장은 국내정치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1982년에는 수장이었던 안드로포프가 당 총서기에 오르기도 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시절에는 KGB 수장 크류치코프가 쿠데타를 기도하는 등 정치개입도 극심했다.

바로 이런 전비(前非) 때문에 소련이 붕괴된 후 민주 러시아에서 KGB 개혁문제가 가장 주요한 개혁과제로 대두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러시아에서는 수많은 논의 끝에 KGB를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연방보안국(FSB)과 해외정보를 담당하는 해외정보국(SVR)으로 분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이는 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는데 미국이 해외정보를 담당하는 중앙정보국(CIA)과 국내정보수사를 맡는 연방수사국(FBI)으로 첩보수사기관을 이원화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새삼 러시아 정보기관의 역사를 되돌아본 것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기된 해킹의혹 사건은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을 놓고 보더라도 국민 누구나가 해킹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개연성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처럼 퍼지는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차제에 국가정보원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싶다. 그간 국정원은 유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철저한 개혁을 약속했다. 최근의 경우 지난 대선 시기에 터져 나온 국정원 직원에 의한 댓글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여야는 국정원개혁특위까지 만들어 머리를 맞댔지만 결과는 별로였다. 야당은 국정원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바꾸어 해외와 대북 정보만을 담당토록 하고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 폐지, 대통령 직속기관에서 총리 소속 기관으로 변경, 정보기관원의 국회ㆍ정부기관 파견ㆍ출입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자체 개혁안을 성안해 협상했지만 여당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했다. 결국 국정원 직원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이버 심리전을 제한하는 등의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봉합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불거져 나온 해킹 의혹 사건을 보면서 향후 국정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국정원 조직의 근본적인 리모델링이 전제되지 않으면 업무 일탈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정원의 해외첩보 업무와 대북ㆍ대공 업무 및 국내 정보수집 업무 등에 대한 명확한 업무 경계가 불분명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논의가 재개돼야하는 이유다.

지난번 대통령선거 직후에도 제기된 바 있지만 국정원의 기능을 대북 및 해외첩보기관으로 한정하는 것이 일단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의 러시아 경우에도 살펴봤지만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해외를 담당하는 정보기관과 국내 정보기관을 이원화해 운영 중이다. 더 이상 논란의 중심에서 국정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던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때의 부훈처럼 국민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만 일하도록 만들어 주는 게 국민뿐 아니라 국정원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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