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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칼럼]국회의원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최종수정 2015.03.16 11:42 기사입력 2015.03.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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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

윤승용 논설고문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CCTV설치법'으로 불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부결된 파장이 만만치 않다. 학부모 단체들은 이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안 통과를 낙관했던 여야 지도부도 아연실색한 표정이다.

그런데 이 법안이 발의돼서 국회에서 부결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국회가 안고 있는 숱한 문제점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먼저 의원들의 불성실한 의정활동이다. 이 법안은 이날 찬성 83표로 의결 당시 출석인원(171명)의 과반수인 86표에 못 미쳐 부결됐다. 반대 42명, 기권 46명에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은 무려 124명에 달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표결 당일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얼추 짐작이 간다. 당초 이 법안은 1월 초 정부와 새누리당의 발의로 시동이 걸렸는데 새정치연합도 곧이어 찬성키로 당론을 정했다. 이어서 상임위에서도 통과했기에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날 본회의에서 모두 79개의 법안이 처리되면서 76번째였던 영유아보육법 개정법안에 앞서 '김영란법'이 먼저 상정됐던 게 문제였다. 당시 김영란법은 국회통과 여부가 매우 주목받고 있었다. 김영란법은 재적의원 295명 중 274명이 투표에 참여해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그러자 오전부터 본회의장을 지키던 의원들은 이날의 가장 큰 '대사(大事)'를 무사히 마무리한 안도감에 빠진 탓인지 슬슬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의원들이 본회의 도중 회의장을 들락날락하는 건 흔한 일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의원들은 김영란법 이후 처리될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나름 중차대한 법안이란 사실에 둔감했다. 대부분 '나 하나쯤이야 빠져도 법안통과에는 지장이 없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법안이 부결되자 반대나 기권을 했던 의원들은 각자 이유를 대며 해명했다. 일부 의원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며 소신을 갖고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반대한 이유는 최초 법안에서 상임위 등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 보완됐음을 잘 알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는 의원들의 나태한 의정활동을 잘 드러낸다.

두 번째는 유권자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오만한 시각이다.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의 경우 소신을 가지고 반대한 경우도 있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어린이집총연합회 등 운영단체들의 집중적인 로비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전국에는 모두 1만4000여개의 어린이집이 있는데 이들의 단합된 힘은 무시무시하다. 특히 선거를 치러본 의원들은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막강한 조직력과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물론 부모들의 숫자가 더 다수이나 이들은 조직화돼 있지 않아서 그 위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당장 내년 선거를 치러야 할 의원들로서는 조직된 단체의 힘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항상 표를 의식하고 사는 국회의원들은 조직된 단체를 더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또한 이들은 인간이 '망각의 동물'임을 잘 알고 있다. 유권자들이 '낙선운동' 어쩌고 하지만 서너 달만 지나면 자신의 지역구 출신 의원이 특정 법안에 대해 어떻게 투표를 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현역 의원의 주요법안에 대한 투표행태보다는 어느 정당, 어느 지역, 어느 학교 출신인지를 더 따져서 '정파적 투표'를 한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은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안다.

1년만 있으면 20대 총선이다. 유권자들이 국회의원들로부터 '망각의 동물'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정파적 판단에 휩쓸리기보다는 자신의 실생활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각종 법안에 대해 어떤 표결을 했는지를 기억했다가 이를 표로써 응징해야만 한다.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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