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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아침]36년만의 귀국, 덕혜옹주

최종수정 2015.01.26 07:15 기사입력 2015.01.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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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36년 만에 한 많은 일본 생활을 접고 고국에 왔건만 그녀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정신질환자가 돼 있었습니다. 총명했던 12살 소녀는 50을 바라보는 늙고 병든 노인이 돼 있었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오늘은 1962년 고종의 외동 딸 덕혜옹주가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되돌아 온 날입니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간지 정확히 36년 9개월 만의 귀국이었습니다.

덕혜옹주는 고종과 귀인양씨 사이에 난 딸입니다. 고종의 환갑날 태어났으니 그 사랑이 어떠했겠습니까. 더욱이 고종에게는 4명의 딸이 있었지만 모두 돌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덕혜옹주는 고종의 외동딸이 됐습니다.

또 자식이 없었던 순종황제와 윤비도 덕혜옹주를 친딸처럼 귀여워했답니다. 총명한데다 노래와 춤 등 재주가 많아 순종 부부는 옹주의 재롱을 보며 즐거워했답니다.

그러나 당시엔 이미 일제가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렸고, 경복궁 앞에다 총독부 건물을 지을 만큼 대한제국의 힘이 약해져 있던 때라 옹주의 앞날은 어두웠습니다. 고종은 귀한 딸을 일본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약혼을 시도했지만 실패합니다. 일제는 약혼하려 했던 사람의 덕수궁 출입을 막아버리죠. 그러다 고종은 1919년 갑자기 승하하고 맙니다.
마침내 일제는 ‘황족은 일본에서 교육시켜야 한다’는 구실로 옹주를 강제로 일본으로 대려갔습니다. 말이 교육이지 사실은 볼모인 셈이었습니다. 감수성이 강한 여린 소녀의 운명은 그렇게 내동댕이쳐진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에는 이미 이복 오빠 영친왕이 볼모로 잡혀 가 있었습니다.

일본으로 끌려 간 뒤 1930년에 덕혜옹주는 몽유병 증세를 보여 진단 결과 조발성치매로 나타났습니다. 잠시 증세가 호전되었으나 이듬해 다케유키라는 일본인과 정략 결혼을 한 뒤부터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 딸 정혜를 낳았지만 병이 악화되자 결국 1955년에 이혼을 하고 이후 15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딸 정혜도 1956년 결혼했지만 이혼하고 유서를 남긴 채 실종돼 버렸으니 불행은 끝이 없습니다.

해방 후에도 이승만 대통령은 정치적인 이유로 덕혜옹주의 귀국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호적을 만들어 준 것도 귀국 20년이 지난 1982년의 일이었습니다. 옹주는 결국 1989년 4월 21일 76세의 일기로 한 많은 인생을 하직했습니다. 옹주의 무덤은 남양주 홍유릉에 있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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