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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박근혜 대통령과 '3년차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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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토착 비리, 교육 비리와 함께 권력형 공직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특히 '집권 3년차 징크스'를 언급하며 공직사회가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 당부했다. 앞서 2월22일과 3월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근무 자세에 긴장이 풀릴 수 있다"며 엄정한 공직 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집권 3년차 징크스'가 무엇이기에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이처럼 경계했을까. 3년차는 5년 단임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도는 해다. 과거 역대 정부가 이 시기에 공직 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지면서 권력형 비리가 터지거나 계파 및 당청 갈등, 인사 실패 등이 불거지면서 권력 누수 현상이 급속히 진행됐다. 유독 대형 사고도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 공직 사회를 다잡고자 한 것이다.
김영삼 정부 3년차인 1995년. 집권 초에는 군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등으로 지지도가 크게 높아졌지만 이 해는 끔찍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인 4월,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로 101명이 사망했다. 6월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이 숨졌다. 설상가상, '소통령' 차남 현철씨의 국정 개입 논란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민심 이반이 커져갔다.

김대중 정부 역시 3년차인 2000년에 일이 많았다. 6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벤처붐에 편승한 '정현준 게이트'와 '진승현 게이트' 등 하반기에 잇달아 터진 권력형 비리에 발목이 잡혔다.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정부도 사정은 비슷했다. 3년차인 2005년 러시아 유전 개발 '오일 게이트'와 '행담도 게이트' 등 측근들의 잇단 비리 연루 의혹으로 국정 추동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공직 기강을 다잡으려 했던 이명박 정부도 징크스를 피해가진 못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으로 이 전 대통령과 동향 출신인 '영포(경북 영일ㆍ포항) 라인'의 월권행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만사형통(萬事兄通)' '왕차관' 논란이 겹치면서 국민 불신은 깊어만 갔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간 갈등은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로 절정에 달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급격히 약화했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3년차 징크스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조짐은 불길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여파는 진행형이다. 하반기에 불거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도 국정 추진에 큰 흠집을 남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년차인 올해 벽두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에 행정관의 '문건 배후 김무성, 유승민 발언' 논란까지 더해졌다. 새누리당 내 친박, 비박 간 갈등에 공무원연금, 비정규직 대책 등 주요 개혁 과제의 당청 간 엇박자도 심상치 않다. 이미 3년차 징크스의 덫에 걸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국은 어지럽다.

사정이 이러니 지지도가 곤두박질치는 건 당연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박 대통령 지지율은 35%다. 전 주보다 5%포인트 감소했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부정적인 평가가 절반이 넘는 55%다.

12일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건 파동을 '몇 사람의 사심에서 비롯된 허위'로 치부하고,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교체를 일축한 데 여론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소통을 위한 기자회견이 오히려 불통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된 셈이다. 국민의 요구를 한 귀로 흘려듣고 독선과 아집으로 국정을 운영해서야 개혁은 고사하고 3년차 징크스를 피해가기 어렵지 싶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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