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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아침]"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

최종수정 2015.01.30 09:56 기사입력 2015.01.1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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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우리나라 법관들은 세계의 유례가 없는 권리를 행사한다”라고 사법부를 비판합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권력은 막강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면 뜨끔할 만 합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그런데 여기에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며 큰 소리를 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감히 대통령에 대든 셈입니다. 바로 당시 대법원장 이었던 가인(街人) 김병로였습니다. 우리나라 초대, 2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는 이승만 대통령과 자주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걸핏하면 사법부에 간섭을 했기 때문이죠.

한번은 이승만이 법무부 장관에게 “요즘 헌법 잘 계시는가?”라고 물었는데, 장관이 못 알아듣자 이승만은 재차 “대법원에 헌법 한 분 계시지 않느냐?”고 물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만큼 이승만은 김병로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얘기죠.

가인(街人)이 6.25때 다친 다리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고 병석에 눕자 이승만은 그에게 사표를 종용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며 의족을 짚고 등원했습니다.

9년 3개월 동안의 재임 기간 동안 그는 사법부 밖에서 오는 모든 압력과 간섭을 뿌리치고 사법권 독립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그를 정부의 압력과 간섭에 맞서 사법부 독립과 권위를 지켜낸 ‘법조인의 모범적인 표상’으로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는 일제하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무료 변호하는 인권변호사 였습니다. 결국 조선총독부에 의해 변호사 정적 처분이 떨어지고 창씨개명 압박이 심해지자 그는 경기도 양주군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해방이 될 때까지 13년간을 은둔 생활을 합니다.

해방후에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특별재판부 재판부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평생을 한복을 입고 지낸 것으로 유명한 그는 청렴을 항상 강조했습니다.

1954년 전국법원 수석부장판사들과의 회동에서 “사법관으로서의 청렴한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는 사법부의 위신을 위하여 사법부를 용감히 떠나야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오늘은 1964년 그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가인과 같은 공무원이 많은 나라야 말로 강한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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