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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아침]한국이 버린 천재 수학자

최종수정 2015.01.30 09:59 기사입력 2015.01.0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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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오늘 아침에는 기구한 운명 속에 살다간 한 수학자 얘기를 해봅니다. 수학계에 있는 분이 아니면 ‘이임학’이란 이름을 잘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그러나 이임학은 수학의 ‘군(Group) 이론’ 분야에서는 매우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리 그룹(Ree Group)’이라 명명된 군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는 분명 한국 사람이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학자 입니다.

그는 캐나다 왕립학회 회원이며 또 현대 수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학자 중 한 사람인 라그랑드(Langland)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미국 수학 백과사전에도 그의 이름이 등재 돼 있습니다. 가장 권위 있는 수학자들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 디외도네(J.Dieudonne)의 저서인 ‘순수 수학의 파노라마(A Panorama of Pure Mathematics)’에는 역사적인 연구 업적가 21인을 꼽고 있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이임학 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수학자임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데는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그의 국적이 캐나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그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임학은 1922년 함흥에서 태어나 일제하 한국인으로서는 입학조차 쉽지 않은 경성제대 물리학과를 한국인 최초로 수석 졸업합니다. 해방 후 1946년 24세의 나이로 서울대 수학과 교수가 되지만 미군정청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던집니다.

1953년 그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초빙교수로 유학을 떠납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밴쿠버에 유학간 사람이었습니다. 머리가 뛰어났던 그는 2년 만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여러 명문대로부터 교수로 초빙하겠다는 제안을 받습니다. 그 중 미국의 한 대학에 교수로 가기로 하고 여권 갱신을 위해 영사관에 들렀으나 공부가 끝났으니 귀국하라며 여권을 압수당합니다. 6.25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는 점이 괘씸죄로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무국적적자가 된 그에게 캐나다 정부는 영주권과 시민권을 주었으며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는 교수 자리를 줍니다. 이임학 덕분에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은 세계 수학자들이 찾고 싶은 대학으로 유명해집니다.

이임학은 1996년 대한 수학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을 찾았습니다. 한국을 떠난 지 40년이 지난 뒤였죠. 그가 여권을 빼앗기지 않고 한국에서 후학을 지도 했더라면 한국의 수학이 빠르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005년 오늘은 그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정부는 2006년 뒤 늦게 그를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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