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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칼럼]반기문 신드롬의 향방

최종수정 2015.01.05 11:13 기사입력 2015.01.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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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

윤승용 논설고문

신년 벽두부터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정치권의 최대 화제로 재부상했다. 지난해 말 언론들이 신년특집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압도적 차이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이 '반 총장 측 대선후보출마의사 타진' 발언으로 재점화하려다 반 총장이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부인한 후 가라앉았던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반 총장이 처음 정치권에 거명된 건 17대 대선 이후 1년이 안 된 2008년 중반. 그는 한 신문이 실시한 조사에서 15% 정도의 지지율로 40%대인 박근혜 현 대통령에 이어 단숨에 2위를 차지했다. 이후 반 총장은 줄곧 2위권을 유지하다 2013년 9월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호감도 1위에 오른 이후 계속 1위를 고수했고 이번에도 17.5~38.7%의 지지율로 거침없는 인기세를 과시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당선 이후 조명됐듯이 성실한 노력과 발군의 업무역량으로 오늘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의 행적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노력 못지않게 고비마다 절묘하게도 행운이 뒤따랐던 점이 흥미롭다. 먼저 그의 탁월한 영어실력을 가능하게 했던 일화를 보자. 그는 고향 충주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덕을 톡톡히 보았다. 고교생 반기문은 원어민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1960년대 초에 비료공장에 파견돼온 미국인 기술자 부인들 덕에 '본토영어'를 익힐 수 있었다. 이때 익힌 영어실력 덕분에 고3 때 청소년적십자 미국견학프로그램 대상자로 뽑혀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난 사실은 이제 전설이 됐다. 이어서 그가 외교관으로 첫 임지에서 평생의 멘토인 노신영 전 총리를 만난 것도 결정적 행운이었다.

그는 외무고시 합격 후 실시된 직무연수에서 수석졸업하면서 원하기만 하면 미국 근무를 할 수 있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돈을 모으기 위해 물가가 싼 인도 근무를 지원했는데 이때 당시 인도 총영사였던 노 총영사를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노 총영사의 눈에 들었고 노 총영사가 외무장관, 안기부장, 국무총리로 잘 나가는 동안 그 역시 탄탄대로를 걸었다.

김대중 정부시절 그는 차관에 올랐으나 2001년 4월 이른바 '한ㆍ러시아 공동성명 사건'의 여파로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새옹지마로 작용했다. 백수 5개월 만에 그는 한승수 외무장관에 의해 한 장관이 겸임하게 된 유엔총회 의장의 비서실장직을 맡은 것이다. 이 기간에 그는 유엔의 시스템을 배우고 외교관들과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었는데 이는 나중 유엔 사무총장 경선시 주요한 플러스 경력으로 작용했다.
그에게 화룡점정의 행운은 유엔 사무총장을 원했던 홍석현 주미대사가 삼성 비자금 사건 여파로 낙마한 것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의 수 차례에 걸친 외교장관 경질 공세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그의 사무총장 직 도전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점 등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러한 행운들이 결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의 철저한 노력 덕분에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점이다.

반 총장의 임기는 공교롭게도 차기 대선 1년 전에 끝난다. 이 점도 어쩌면 그에겐 행운이자 질곡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가 사무총장 재임 후 고국 오스트리아 대통령으로 금의환향한 발트하임의 전철을 밟을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추이로 보면 그의 앞날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겸손하지만 기회가 닥치면 집요하게 자신의 목표를 이뤄온 그가 "사무총장직에 충실하겠다"며 대권주자론을 부인하면서도 '대선불출마'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보면서 문득 '영민한 독수리는 발톱을 감춘다'는 일본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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