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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갈등공화국'의 고해성사

최종수정 2014.12.22 11:04 기사입력 2014.12.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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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양재찬 논설실장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해산 결정을 내린 그끄저께. 헌재 앞에선 진보세력과 보수단체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반대와 찬성 집회를 열었다. 일부 보수단체는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에게 인신공격을 하고 나섰다. 예상했던 대로다.

헌재야 이념 논란이 종식되길 바랐겠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다수 주류의 생각과 다른 소수 비주류는 더 공격받고 이념 갈등은 격화할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스스로 입 조심, 행동 조심에 나선다.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노엘라 노이만이 1974년 주창한 '침묵의 나선 이론'대로 소수의 생각은 점차 여론에서 밀려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집권세력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란 사람들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방치하거나 부추김으로써 정치적 난관을 돌파하려는 '나쁜 정치'가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 때에도 그랬다. 사고 초기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고, 한마음으로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가 다른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정부의 무능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대립했다. 단식 농성하는 유가족 옆에서 피자파티를 벌이는 무리까지 나타났다.

대한민국을 '갈등공화국'화하는 나쁜 정치는 국민도 전염시킨다. 지난 3일 젊은 청년들이 대학가에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란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최씨 아저씨'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일컫는다. 취업난과 국민연금 고갈, 비정규직 문제를 토로하며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 못 만들면 청년만 손해 아니라고요. 우리가 취업 못하고, 창업 망하고, 집 못 사면 우리 부모님 세대도 죽어난다고요."
일주일 뒤 그 대학 정문 앞에 '화가 난 젊은이들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글을 담은 현수막이 걸렸다. 대자보 속 청년의 생각을 격한 어조로 나무랬다.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난도 없고, 학자금 대출도 1년이면 갚을 수 있다고 했다.

"2012년 한 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약 160만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 젊은이들이 놀면 놀았지 죽어도 안 한다는 '3D 업종'에서 근무한다."

따지고 보면 '최씨 아저씨' 대자보의 원인은 기성세대가 제공했다. 대학을 나와야 행세하는 학벌주의,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르치지 못하는 대학교육…. 그런 기성세대에게 '같이 좀 살자'며 애교 섞인 협박을 한 젊은이를 싸가지 없는 족속으로 몰아붙였으니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정치사회적 현안을 정공법으로 풀지 않고 편 가르기와 갈등으로 몰고 가면 일시적으로 물 타기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그대로인 채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통합과 상생의 길은 더 멀어지고 분열과 제 몫 챙기기로 양극화가 심화된다. 그 결과 아무리 경제 살리기 운동을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고 정권의 지지율도 떨어진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지지율이 40% 아래로 추락했다. 대통령으로선 2년 전 대선 이튿날인 12월20일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소망"이라고 한 약속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곧 성탄절이다. 진정성 있는 고해성사를 해야 지지율 하락의 원인도 찾을 수 있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듣지는 않았는가. 마음에 드는 아는 사람들만 골라 쓰진 않았는가. 열심히 하는 자신을 몰라준다고 화를 내진 않았는가. 보기 좋은 데만 나서고 험한 데는 기피한 것 아닌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측근을 너무 믿은 것 아닌가. 대선 공약과 정부 정책이 따로 가는 것은 없는가. 고해성사 항목이 결코 적지 않다.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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