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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사물인터넷은 엉터리 용어 만물인터넷(IoE)이 옳다

최종수정 2014.12.16 17:50 기사입력 2014.12.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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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국내 1호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1960대 전자공학과는 물리학과와 함께 의과대학에 버금가는 이과반 수재들이 진학하는 최고의 인기학과였다. 영어, 수학에 능해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했으나 신입생 20명 가운데 유일한 호남출신인 데다 가난뱅이였던 이인식은 학교생활에서 항상 소외감을 느꼈다. 해군장교로 제대한 후 취직한 회사에서나 그의 본업이 된 과학계에서나 그는 항상 아웃사이더였다. 억원대 연봉을 받던 기업 임원 생활을 하다 체질에 맞지 않아 한창때인 46세에 아무 대책 없이 사표를 던지고 거리로 나섰다가 우연히 과학칼럼니스트로 밥벌이를 시작했다. 댜행히 40여권의 저서 가운데 몇 권은 낙양의 지가를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이에 용기를 얻어 지금까지 저술과 강연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 명색이 국내 1호 과학칼럼니스트인데도 아직까지 원고지에 볼펜으로 글을 쓰고 그 흔한 스마트폰도 없는 묘한 고집쟁이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을 서울 강남의 서재에서 만났다.

-인기학과를 졸업한 후 기업에서도 승승장구했는데 어쩌다 글로 먹고사는 세계로 나섰는가.
▲대학 졸업 후 럭키금성(현 LG)에 취직했는데 당시 나는 '병원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정도로 최고의 컴퓨터전문가였다. 30대에 기획부장과 컴퓨터개발부장을 했는데, 당시 옆자리의 업무부장이 허창수 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었다. 그러다 대성산업에 스카웃돼 갔는데 30대 후반부터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 제법 잘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국과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쓴 <괴델, 에셔, 바흐>란 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논리학자 괴델, 미술가 에셔, 작곡가 바흐 등이 서로 어떻게 지성적으로 융합됐는지를 예리하게 분석해 퓰리처상을 받은 책인데 저자가 나와 동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1979년에 출판됐으니 불과 서른 넷에 그가 이 엄청난 책을 쓴 것이다. 동갑내기가 이런 책을 쓸 때 난 뭘 했나 하는 생각에 좀 서글펐다. 세상공부를 더 해보겠다고 사표를 던졌다. 그때가 마흔 여섯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생업을 유지했는가.
▲기업에 있을 때 짬짬이 <컴퓨터월드>란 전문잡지의 기획을 도와줬었다. 컴퓨터 관련 외국 잡지 30여권을 읽고 의미 있는 기사를 골라주면 이를 토대로 잡지를 만드는 식이었다. 이 경험을 살려 퇴직금을 털어 <정보기술>이라는 해외기술동향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월간지를 창간했다. 당시 이 잡지는 이 분야에서 최고로 잘나갔다. 그런데 영업팀에 사기를 당해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어 <사람과 컴퓨터>란 책을 냈는데 이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월간 조선> 1992년 4월호에 '나노기술의 충격'이란 글을 시작으로 고정적으로 과학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이 연재글을 모아 <미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책을 냈는데 이게 히트를 치자 신문, 잡지사에서 원고청탁이 쇄도하고 출판사에서도 과학서적 기획과 단행본 집필 의뢰가 잇달았다. 힘든 세월이었지만 강남 아파트에 살 정도로 나름 성공했다(그는 1972년 군 제대 후 글을 쓰기 위해 사서 이제 40년이 넘은 낡은 책상을 '밥벌이의 반려'였다며 아직도 서재에 비치해 놓고 있다).
-칼럼을 쓰려면 책을 비롯해 많은 자료를 섭렵해야 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신문, 잡지는 매일 체크하니까 검색이 쉽다. 헌데 단행본은 그렇지 않다. 난 책의 경우 일단 뒤에 인덱스와 참고문헌이 있는지부터 본다. 이게 없는 것은 사이비다. 인덱스를 훑어보다 내가 모르는 개념이 있으면 우선 그 분야만 찾아서 본다. 이어서 참고문헌을 보고 내가 못 본 책을 찾아본다. 그러다 보면 자꾸 새끼를 쳐 가 그 분야에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비록 영어 원서라도 어떤 경우는 3시간 반에 한 권을 독파하기도 한다. 독자들도 이 방법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른바 국내 1호 과학칼럼니스트인데, 곡절이 많았겠다.
▲(박사)학위도 없는 놈이 과학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평을 해대자 대학교수들이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특히 미국 유학 경험도 없는 놈이 자기들보다 먼저 해외 첨단과학의 흐름을 소개하고, 정치과학자들을 비판해대자 내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 같다. 내 책 <사람과 컴퓨터>가 인기를 끌자 교수들이 내가 어디선가 베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서적을 샅샅이 뒤졌다더라. 지금도 강단학자들 중엔 내 '안티세력'이 많다.

-일본은 올해에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는데, 아직도 한국은 기초과학분야의 수준이 낮다는 평이 많다. 한국 과학계의 문제점은.
▲첫째, 우리 과학자들은 코스트(cost) 개념이 없다. 과학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대부분 생계형이다. 미국에서 학위를 하고 돌아와 대학이나 연구소에 안착하면 그냥 안주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둘째는 정치과학자들이 너무 많다. 학자들은 연구소에 틀어박혀서 학문에만 매진해야 하는데 정치권에 줄을 대서 기관장 등 감투에 신경을 쓴다. 셋째, 패거리 문화다. 도대체 과학계에 웬 놈의 계보가 그리 많은가. 연구비, 보직 등을 둘러싼 암투가 아직도 횡행한다. 이런 문화에서는 아무리 많은 연구개발(R&D)비가 투여돼도 실속이 없다.

-제법 이름난 과학자들이 대중적 과학서적을 많이 내던데, 이런 풍조를 어떻게 보나.
▲그것도 문제다. 과학자는 논문으로 말해야 한다. 치열한 실험정신과 열정으로 훌륭한 논문과 관련 저술을 써야 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이 잡문을 써서 유명한 게 아니다. 시사적 글은 과학칼럼니스트들에게 맡기면 된다(이 대목에서 이 소장은 대중적 과학서를 내서 국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과학자와 한때 노벨상 후보군에 들었으나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연구실적이 뜸한 저명 학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해외 과학동향을 제일 먼저 전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제가 첫 칼럼에서 '나노기술'을 거론했다. 그런데 당시 나노기술에 대해 과학계에선 웃기는 공상이라고 비웃었다. 역시 '유비쿼터스 컴퓨팅'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생명(artificial life)' '신경망' 등도 내가 처음 소개했고 최근의 '청색경제'도 마찬가지다. 참 '청색기술'이란 용어는 공식적으로 저작권 등록까지 했다.

-과학용어가 왜곡돼 소개된 것도 많은 모양이던데.
▲맞다. 그 문제가 심각하다. 대표적인게 '통섭'이란 말이다. 이 말은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책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국내의 모 학자가 통섭으로 번역한 것인데 원래 의미는 우리말의 '부합'이란 말이 더 가깝다. 생물학을 중심으로 모든 학문을 통합하자는 '윌슨식 고유이론'인데 국내에선 마치 지식이나 기술 융합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그런 의미라면 차라리 '융합(convergence)'이 더 적합하다. 제 연구소 이름이 그래서 지식융합연구소(Convergence Institute)다. 또한 곤충이 집단행동할 때 나타나는 특성을 '집단지성'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곤충에게 무슨 지성이 있나. 이는 '집단지능'이 맞다. 최근 유행하는 '사물인터넷(IoT)'도 엉터리 용어다. '만물인터넷'이 옳다. 이런 내용은 최근 인물과사상사가 펴낸 <통섭과 지적 사기>란 책에 잘 나와 있다.

-청색기술이란 게 뭔가.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좀 복잡한 개념이다. 21세기 초반부터 생물의 구조와 기능이나 자연생태계의 순환방식을 연구해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려는 산업 및 과학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생체모방 또는 자연모사 기술이라 불리는 이 분야는 1997년 재닌 베이어스가 펴낸 <생물모방>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왕의 녹색기술은 환경오염이 발생한 뒤의 사후 처리적 대응 측면이 강한 반면, 청색기술은 환경오염 물질의 발생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억제하려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녹색성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청색성장으로 일자리 창출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원고지에 글을 쓴다던데.
▲원고지에 볼펜으로 글을 쓴다. 그러면 집사람이 이를 워드프로세서로 입력해준다. 그 대가로 10장에 5000원씩을 주고 있다. 아내가 내 글의 첫 독자인 셈인데, 흥미로운 것은 아내가 재미있다는 글은 실제로 시중에서도 성가가 높다. 20여년 비서 노릇하면서 안목이 높아진 것 같다.(웃음)

-궁극적으로는 컴퓨터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던데.
▲1988년 미국 컴퓨터 과학자인 마크 와이저가 처음 제안한 개념인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컴퓨터를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기술이다. 물건에 다는 태그처럼 자그마한 컴퓨터가 실로 천을 짜듯이 냉장고에서 침실 벽 속까지 우리 주변의 곳곳에 내장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컴퓨터를 더 이상 컴퓨터로 여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즉 유비컴 시대에는 컴퓨터가 도처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게 된다. 와이저가 꿈꾼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실현할 기술로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 손꼽힌다. 만물인터넷은 일상생활의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인지ㆍ감시ㆍ제어하는 정보통신망이다. 만물인터넷은 2025년께 구축될 전망인데 그러면 사실상 요즘 개념의 컴퓨터는 사라지는 셈이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괴델, 에셔, 바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ㆍ까치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넘나들며 상상력의 정수를 모조리 모아 놓은 듯한 걸작. 음악, 미술, 수리논리학은 물론 분자생물학, 인공지능은 물론 선불교까지 등장하는 지식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 교과서를 찾는 독자들은 777쪽의 원서가 나온 지 20년이 지나서라도 끝내 번역해낸 출판사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중국신화전설> 위앤커ㆍ민음사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면 열등생이 되고 마는 우리 청소년들이 안타깝게 여겨진다면 이 책이 그나마 반가울지 모르겠다. 동양적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중국의 신화전설이 그리스 신화 못지않게 완벽한 구성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증대되는 요즈음 이 책을 통해 중국인들 마음의 원형을 한번쯤 들여다보면 어떨는지.

◆<청색경제> 군터 파울리ㆍ가교출판
 21세기 초반부터 생물의 구조, 기능이나 생태계의 순환 방식을 연구해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려는 청색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100가지 청색기술로 2020년까지 1억개의 청색 일자리가 창출되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창조경제의 성공을 바라는 이들이 일독할 만한 화제작.

◆<촛불, 횃불, 숯불> 김지하ㆍ이룸
 '소근소근 김지하의 세상 이야기 인생 이야기'. 이 부제처럼 김지하는 "화엄개벽의 길에서 그 숱한 풍요한 이정표들과 함께 신작로가의 그 쬐그만 풀밭에 꽂힌 초라한 나무 팻말 두 개를 여기 소개하려 한다"고 서문에 적고 있다. 특히 "통섭. 이 단어는 앞으로 틀림없이 저주받은 말로 전락할 것"(231쪽)이라고 갈파.

◆<마음의 미래> 미치오 가쿠ㆍ김영사
 인류가 풀지 못한 자연의 2대 수수께끼는 우주와 마음이다.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 책만큼 마음과 뇌의 비밀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텔레파시와 염력 같은 심령 현상에서 양자의식과 외계인의 마음까지 과학적 접근이 시도된다. 의식에 관한 저자 특유의 이론도 눈길을 끈다.

◆이인식 연구소장은…

▲1945년 광주 출생
▲광주제일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
▲금성반도체 부장, 대성산업 상무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겸직교수
▲지식융합연구소장, 청색기술포럼 회장(현)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러운 전자동문상 수상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지식의 대융합>,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미래교양사전>, <나노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등 저서 40여권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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