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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박원순詩人'이고 싶었던 책벌레文靑

최종수정 2014.08.05 13:00 기사입력 2014.08.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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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든 관료든 시민운동가든 인문학적 소양 갖춰야
감옥살이 할때도 고시공부 할때도 문학서적 놓지 않았다
지금은 어디서든 책 읽을수 있는 서울시 만드는 게 목표


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는 여당으로부터 '강남 60평형대 호화 월세 아파트 거주자가 웬 서민 후보냐'라는 공세에 시달렸다. '뒷굽 나간 구두'와 '마이너스 재산'으로 구축한 서민 이미지가 위태한 순간, 박 후보 측은 공식홈페이지에 책장으로 가득 찬 서울 방배동 자택 내부 사진을 공개하고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다 귀국할 때 가져온 책과 자료 및 그간 모아온 수만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큰 아파트를 얻었다"고 해명했다. 이 사안이 터졌을 때 그를 아는 지인들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수긍했다. 그만큼 그의 책 욕심은 널리 알려져 있다.

 
'소셜디자이너' '일벌레' '아이디어 뱅크' '아름다운 작명가' '인권변호사' '개념있는 저술가' 등 수많은 닉네임을 달고 오늘도 하루 24시간을 쪼개 서울시 행정과 현안 해결을 위한 고뇌에 여념이 없는 박원순 시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2012년 7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라고 말한 빌 게이츠처럼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우겠다며 '2030년 도서관 청사진'을 발표했는데 청사진의 구체적 내용은.
▲어디서나 책 읽는 소리가 들리고,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서울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독서는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데 공공도서관의 수, 장서 수 등 독서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마을공동체 거점으로서의 도서관 등 도서관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2030년까지 공공도서관을 1372곳 늘려 서울 어디서나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시민 1인당 장서 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치인 2권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북페스티벌 등 책읽는 즐거움을 체험하는 다양한 시민축제를 활용해 1년 평균 10권도 안 되는 시민 독서량을 20권까지 두 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시 옛 청사를 재활용한 서울도서관이 인상적인데 그 성과는.
▲2012년 10월26일, 서울도서관이 개관한 이후 378만명이 이용했고 지금도 하루 평균 8000명의 시민들이 꾸준히 찾고 있을 만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서울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헌책방의 보물찾기', '한 평 시민 책 시장' 등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등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부상 중이다.
-초ㆍ중ㆍ고 시절 줄곧 특별활동시간에 도서반을 했고 그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하던데, 학창시절의 독서습관은 어땠는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시골에 살다 보니 책이 귀했다. 어쩌다 책 한 권을 구하면 깊이 빠져들었고, 특히 만화책을 좋아했다. 한번은 책이 너무 재미 있어서 걸어가면서 읽다가 논두렁에 빠진 적도 있었다.

-학창시절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크게 감명을 받은 책은.
▲많은 책들이 있지만 대학 초 4개월간 감옥에 있을 때 읽은 책들이 잊히지 않는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경>을 비롯해 마르쿠제의 <이성과 혁명>,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 등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감옥에서 경험은 청년시절,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제 인생의 항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 법학책만 읽은 게 아니라 종교나 예술에 관한 책도 보았다던데 그 이유는.
▲법률 조문만 잘 아는 것으로 세상을 살 수 없다. 세상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통찰이 바탕에 있어야만 변호사로서도 성공할 수 있다. 경영자든, 관료든, 시민운동가든 누구에게나 중요한 덕목은 풍부한 인문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사회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눈과 경험이다. 그래서 다방면의 책을 읽어야 한다.

-변호사 시절 청계천과 인사동의 중고서점을 뒤져 많은 책, 특히 현대사 책을 사 모았다던데 그 이유는.
▲대학시절 감옥에 있을 때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변호사를 할 때도 그만두고 역사 공부를 하려고 했었는데 결국 역사가는 되지 못했지만, '역사문제연구소'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역사란 지나간 일에 대한 연구라기보다는 미래를 통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결국은 과거 경험으로부터 미래 인식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앞 세대들이 경험한 것을 자세히 연구해 보면 미래의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대한 통찰은 실천운동을 하는 과정에 무척 큰 도움이 됐다.

-독립문 근처의 '골목책방'의 단골손님이었다던데.
▲변호사 시절과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할 때 독립문 근처의 헌책방 '골목책방'의 단골이었다. 소설가 김성동 선생에게 '골목책방'이라는 제자(題字)를 받아 인사동에서 판각을 하고 직접 달아주기도 했다. 헌책방은 새 책보다 더 많은 정보와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의 손때 묻은 정보와 의미를 사랑했고, 이것을 자양분으로 삼기도 했다.

-인터넷 시대에 책이 가지는 의미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인터넷 시대, 영상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 기본은 '문자'다. 문자가 존재하는 한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 내면의 힘이 깊어지고 인생의 경험치가 늘어나며 세상을 뒤집어 보는 사고가 생겨난다. 누구나의 인생에서 찾아오는 실패와 위기, 절망에 마냥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위기 이면의 기회를, 절망 이면의 희망을, 실패 이면의 성공이라는 길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나아가 책은 독자에게 읽힘으로써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는데 사람의 손때가 묻고 사색의 흔적이 담긴 책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인류의 유산이다.

-학창시절 시인이 되고 싶은 적도 있었다면서요.
▲문학가들, 특히 시인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시는 상상력으로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인데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시인의 감성으로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

-바쁜 와중에도 많은 책을 썼는데.
▲40여권의 책을 썼는데 저의 경험과 지식,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다. 특히 해외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저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 함께 일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이것을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

-손꼽히는 장서가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책이 얼마나 되나.
▲수만권쯤 됐는데 2012년 수원시에 기증해 '넓적부리 도요새의 책방'이라는 도서관을 세워 대부분 기증했다. 현재는 1만여권쯤 있는데 관사와 집무실에 나눠 보관 중이다.

◆朴 시장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세종처럼-소통과 헌신의 리더십> 박현모ㆍ미다스북스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시대, 특히 정치권이 앞장서서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민생정치의 시대를 열어야 할 요즘 인본과 민본의 시대를 열었으며 백성과 신하와 함께했던 세종의 리더십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뜨는 도시 지는 국가> 벤자민 R 바버ㆍ21세기북스
"국가는 지고 도시의 시대가 오고 있다. 현재 직면한 지구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국민국가는 한계에 이르렀다, 그 대안이 바로 '도시 중심의 거버넌스'"라고 하는 바버는 이제 도시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갈파한다. 대통령은 원칙을 말하지만, 시장은 쓰레기를 줍는다. 한계에 부딪힌 국가를 뛰어넘어 시민의 행복과 희망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도시 혁명에 관한 책.

◆<빅데이터 전략지도> GIS Unitedㆍ더숲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다.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서울시의 심야 '올빼미 버스'는 빅데이터가 만들어낸 작품. 앞으로 공공정책을 수립할 때는 반드시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앞으로 행정 전문가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ㆍ공간의 변화를 포착해 정책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빅데이터. 이 책은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고 이를 시각화할 때 도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약력

▲1956년 경남 창녕생
▲경기고,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1년제적(1975)
▲단국대 사학과졸
▲제22회 사법고시 합격
▲대구지검검사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제35대, 36대 서울특별시장(현)
▲막사이사이상, 불교인권상, 심산상, 단재상 수상
▲<희망을 걷다>, <내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고문의 한국현대사>, <국가보안법 연구>등 저서 50여권 

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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