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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복거일의 '유별(留別).'

최종수정 2013.12.09 13:49 기사입력 2013.12.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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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상에서 만나면/끊긴 인연의 실을 찾아//저승 어느 호젓한 길목에서/문득 마주 서면//내 어리석음이 조금은 씻겨/그때는 헤어지지 않으리.//나는 아느니,/아득한 내 가슴은 아느니.//어디에고/다음 세상은 없다는 것을.

복거일의 '유별(留別).2'

■ 이별은 보내는 이의 눈으로 보면 송별(送別)이 되고, 가는 이의 눈으로 보면 유별(留別)이 된다. 송별은 총총히 떠나가는 그이의 등을 오래 보고 서 있는 일이고, 유별은 내가 등을 돌려 남아있는 사람을 가끔 돌아보며 두 사람의 거리를 넓히는 일이다.
 등 뒤에 서 있던 그 사람은, 늘 마음의 등 뒤에 남아 나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가지 않으면 안될 길이었다고 해도, 내가 작별을 한 것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영원히 떠나는 자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다만, 그 아쉬움을 이기기 어려워 이렇게 말을 할 뿐이다.
 "내가 죽어 다음 세상에서는, 지금 막 끊긴 그 인연의 당신 쪽 가닥을 다시 찾아내 지금 이후 당신이 어디로 갔는지 꼭 알아내서 만나러 가리다. 그것이 이미 늦어 저승의 길목이라면, 그땐 지금처럼 이 세상의 문법에 얽매어 당신을 놓치는 일이 없으리다. "
 이미 시인도 다음 세상에서의 재회 따윈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다만 지금의 영이별이 분하고 서러워 그렇게 가상현실이라도 만들어보려는 심사이다. 그 헛것을 떠올리며 당면한 이별을 참는 마음의 아득하고 헛헛한 자리에, 시(詩)의 오라기 하나가 풀어져 등 뒤의 사람을 향해 돌아보는 그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 보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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