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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칼럼]마무리 안된 경제민주화 마무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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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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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마무리 단계'를 선언한 게 7월10일이었으니 지난 18일로 100일이 지났다. 그러나 그 '마무리 단계'는 아직 완료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관련 중요 법안'으로 꼽은 7개 중 '일감 몰아주기 방지 법안' 등 6개는 국회를 통과했지만, 나머지 1개는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그것이다.

7개 '중요 법안' 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7개 더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 중간 금융지주회사 의무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을 위한 법안이다. 박 대통령의 '중요 법안'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고 중요하지 않거나 덜 중요한 것은 없다.
어쨌든 박 대통령의 분류상 '중요 법안' 1개와 '비중요 법안' 7개 등 모두 8개 법안이 마저 국회를 통과해야 '마무리 단계'가 완료되는 셈이다. 그러나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모두 통과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부 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크고, 여야 간 의견대립도 첨예하다. 암만 봐도 '마무리 단계'는 해를 넘겨 내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 따라서 마무리 선언 100일 기념으로 경제민주화 입법 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회고가 아니라 중간점검이다.

돌아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안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입법 취지가 희석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방지의 경우가 그렇다. 이달 초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이라는 예외요건이 들어갔다. 효율성 개선 효과가 있거나 정보보안ㆍ긴급성 측면에서 불가피한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대상에서 빼준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 온 삼성에버랜드, 현대글로비스, SK C&C 등이 그 혜택을 볼 것 같다.

14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는 속하지 않지만 내용상 경제민주화에 직결되는 다른 법안이 후퇴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이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은 3%까지만 인정하는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0대그룹 총수를 만난 자리에서 "재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회의 처리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에도 경제민주화 문제에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경제사건이 여럿 발생했다. 지난달 잇달아 터진 효성그룹 사건과 동양그룹 사태만 해도 그렇다. 효성그룹 사건은 국세청의 세무사찰에 이은 검찰의 수사 착수로 표면화됐고, 동양그룹 사태는 만기도래 부채를 돌려막기하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내용은 상이하지만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와 무관치 않다. 특히 동양그룹 사태는 기업집단 순환출자의 폐해와 금산분리 강화의 시급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에 의한 '제2의 남양유업 사태'는 불공정한 갑을관계에 대해서는 규제입법 외에 기업문화 변화와 사회적 감시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박 대통령의 마무리 선언 이후 정부와 여당이 경제민주화에서 뒷걸음질하는 동안 기업과 시장의 현실은 더 많은 경제민주화의 지속적인 추진이 불가피함을 웅변해왔다. 이 점에서는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입안자였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장이 한 말이 옳다. "경제민주화는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자꾸 진화해서 변화하는 시장경제에 맞춰나가야 하는데, 뭐가 마무리됐다는 거냐?"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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