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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그래도 한일 정상은 만나야 한다

최종수정 2013.10.14 11:12 기사입력 2013.10.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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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양재찬 논설실장

때로는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생생하게 현장을 전달한다. 지난주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나란히 앉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서로 다른 쪽을 보며 어색해했다. 국내 신문뿐만 아니라 일본ㆍ중국에서도 크게 실었다.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까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과 세 번째로 만났다. 서열 2위 리커창 총리와는 EAS에서 번개 모임도 했다. 그런데 아베 총리와는 이따금 말을 걸어와도 데면데면했다. 중국과 가깝고 일본과는 멀어진 '근중원일(近中遠日)' 양상이다. 이러다간 한일 정상이 취임 첫 해를 회담 없이 보낼 것 같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 천황에 대한 사과 요구 발언 이후 급격히 냉각됐다.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전 총리의 과거사 사과 담화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우경화로 치달으며 맞불을 놓았다. 단교와 비슷한 지금 상태가 오래가면 반한ㆍ반일 바이러스가 두 나라 국민 주류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외교당국 힘만으로 어쩌기 어려워진다.

이웃한 두 나라가 함께 풀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비롯한 동북아 안보체제 구축에 양국 협력은 필수다. 우리가 몇 발 앞선 자유무역협정(FTA)이든, 미국ㆍ일본이 손잡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이든 경제교류는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교역규모나 여행객 왕래로도 몰라라 할 수 없는 관계다.

국제회의장에서 서먹해하는 한일 정상의 모습에 양국 국민은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국민 손으로 뽑은 국가수반인 대통령과 총리는 모름지기 개인의 역사인식이나 호불호를 떠나 국익과 국가 장래를 중시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한일 관계는 양국 모두에게 손해다.
아베 총리는 무조건 만나자고 하기 이전에 대화하고픈 마음이 생기도록 성의를 보일 때다. '한류 팬'인 그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축제 한마당에 참석해 악화되는 양국 관계를 걱정하며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이를 어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수많은 한국 여성들의 눈물에 비기랴. 적어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회담을 제안하면서도 상대방을 자극하는 과거사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비신사적이다. 일본 정치가 하류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행위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회동을 거부하는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왜곡된 과거사 발언으로 선거 때 표는 얻을지언정 침략의 역사를 치장할 수는 없다. 극우단체의 반한 시위와 인종차별적 발언도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다.

과거사에서 자유로운 박근혜 대통령은 통 크게 손을 내밀 때다. 사정이 어떻든 다자회의에서 마주친 타국 정상을 외면하는 것은 속 좁은 처사다. 상대방이 먼저 변하지 않으면 대화도 없다는 식의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짢아도 웃으며 악수하고 대화하는 게 외교요, 정치다.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 100을 다 얻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이는 외교채널'과 '보이지 않는 외교채널'을 함께 가동해 양국 관계를 개선시켜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G2가 격돌하는 국제무대에서 우리로선 실익을 취하는 등거리 외교를 하면서도 한미일 삼각동맹을 지켜나가야 한다. 일본의 행동이 밉다고 없는 듯 무시하고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늦기 전에 양국 정상이 만나 대화하라. 얼굴을 맞대고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라. 한 번 만남으로 현안이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자주 만나라. 그래서 관계 정상화는 물론 양국 간 미래 비전을 논하라.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 아닌가.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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