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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칼럼]법인세에 금줄 친 부총리

최종수정 2013.09.23 11:21 기사입력 2013.09.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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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이주명 논설위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석연휴 직전에 흉중의 세금철학을 슬쩍 꺼내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가진 날 저녁 기재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그날 낮 박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부족하다면 국민공감대 하에서'라는 전제조건 아래 증세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를 받아 현 부총리는 몇 시간 뒤 이렇게 말했다.

"법인세와 소득분배는 다른 것이다. 법인세는 기업활동의 문제이고, 세금은 배당 등 소득에서 떼야 한다. 법인세 인하가 오히려 꺼지는 세수를 받쳐준 측면이 있다. 세수가 줄면 경기를 활성화해야지, 증세를 하면 경기가 더 꺼진다."

경제학자 현오석이 경제관료 현오석을 거들고 나선 셈이다. 현 박사의 지원사격 덕분에 현 부총리는 세금 문제에 관한 한 박 대통령과 코드를 완전히 맞췄다. 현 박사의 압축적인 말을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법인세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전혀 없다. 그러니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무식한 말은 하지 말라. 원래 기업의 이익에는 세금을 매기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이익이 주주 배당, 임직원 봉급 등으로 지출될 때 그 배당, 봉급 등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나마 우리 경제가 성장하여 이 정도 세금이 걷히는 것은 바로 그 법인세 인하의 성장촉진 효과 덕분이다. 복지재원이 부족하더라도 지금은 경기가 좋지 않으니 증세를 할 때가 아니다. 경기가 활성화되어 자연스레 세금이 더 많이 걷히기를 기대해보자."

전경련의 회장이 아닌 정부의 부총리에게서 듣게 된 점이 어색하긴 하나, 잘 준비된 재정학 강의를 듣는 것 같다. 그 말고도 법인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부정하는 학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법인세를 아예 폐지해버리자는 주장도 있다.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되레 세수증가에 기여했다는 말은 공급중시 경제학의 래퍼곡선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경기 활성화의 세수증대 효과를 기대하자는 말은 보통사람이 아닌 부총리의 발언이니 정책의지 표명으로 들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하고, 과연 그렇게 될까.
법인세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다는 말부터 귓바퀴에 걸린다. 모든 기업이 공개법인이고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된 교과서 속 모델 같은 기업들만 존재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재벌같이 기업의 자산과 이익에 대해 황제와 같은 지배력을 가진 소유경영자가 현실에 다수 존재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대주주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기업의 이익을 배당으로 가져가기보다 사내에 유보하기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하나의 반증이다. 정부가 법인세 세수를 복지에 활용하는 국가적 재분배 경로도 있다.

법인세 인하의 성장촉진 효과는 기업의 이익이 투자로 원활하게 환류되는 경우에나 나타난다.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사내에 쌓으면서 투자에 소극적이고, 대통령이 총수들을 불러 압박해야만 해외투자까지 합친 투자확대 계획을 선심 쓰듯 내놓는 상황에서는 그런 효과가 크지 않다. 극단적으로는 법인세 인하가 기업과 대주주의 이익만 늘려줄 뿐 국가경제의 성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법인세에 금기의 새끼줄을 친 현 부총리의 세금철학이 현실경제의 검증을 무사히 통과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그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재정이 불가피한 것도 그렇고, 재정수지를 맞추기 위한 국세청의 애먼 데 쥐어짜기 징세에 대한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불만과 항의가 갈수록 심상찮은 것도 그렇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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