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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칼럼]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보다 근본책을

최종수정 2013.08.26 11:36 기사입력 2013.08.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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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이주명 논설위원


올해는 5년 만에 돌아온 국민연금 재정추계 재계산의 해이자 새 정부의 집권 첫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관한 논의가 예년보다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후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논의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별도로 지급한다던 애초 공약과 달리 국민연금과 연계시켜 차등지급하는 쪽으로 정부 입장이 바뀐 탓이다. 사실상 정부의 기초연금 지급 의무 중 일부를 국민연금에 떠넘긴 것이다.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고 생각한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일부 탈퇴하는 등 국민연금의 신뢰도 문제가 불거졌다.

재정추계 재계산 결과 자체도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안감을 키웠다. 다시 계산해봐도 국민연금의 연간 수지가 2044년 적자로 돌아서고 2060년에는 적립금마저 바닥나게 돼 있다는 것 아닌가. 노후에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 확산됐다. 젊은 층일수록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정치권에서 여야가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조항을 국민연금법에 넣는 방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정부부채 규모가 너무 커진다면서 반대하고 새누리당이 뒷걸음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급기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60년보다 훗날로 늦추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보험료를 소득의 9%에서 13~14%로 현 정부 임기 내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파장을 우려한 정부 측의 물밑조정에 따라 위원회는 인상과 동결의 복수안을 지난주 정부에 전달했다.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지금 할지 나중으로 미룰지는 정부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60세 정년 의무화 법에 따른 정년 연장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연금 사각지대 축소와 연금 수급권 확대 정책도 그런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안감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조만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여부를 결정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운신의 여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모든 논란을 지배하는 것은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에 대한 공포다. 이 공포는 국민연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점 정립이 제대로 안 된 탓에 더 커진 측면이 있다. 국민연금이 개인이 납부한 보험료를 재테크로 불려 연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라는 관점에 얽매여서는 적립금 고갈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개인별 노후 대비 저축이나 보험 상품이 아니라 세대 간 사회적 연대에 의한 집단적 노후보장 제도다. 이런 관점에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가급적 일찍 지금의 적립식 구조에 부과식 요소를 섞는 방안이 가장 설득력이 크다. 각 세대가 자신의 노후연금을 비축하게 하지 말고, 노년 세대에 지급되는 연금 중 일정 부분을 당대의 젊은 세대로 하여금 보험료와 세금으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적립식과 부과식을 혼합하되 인구구조 변화 등을 감안해 차츰 부과식의 비중을 높여가는 동태적 국민연금 운영계획 수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경우 이미 부과식인 기초연금을 그 일부로 통합시켜도 된다.

이런 정도의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지금은 각종 개혁 방안이 중구난방으로 제시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뜸 보험료를 인상하면 혼란과 반발만 초래할 것이다. 적립금 고갈을 몇 년 늦추는 미봉책에 연연할 게 아니다. 정부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적립금 고갈 걱정을 원천적으로 없앨 근본책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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