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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산책]안철수-박근혜, 백곰-암사자의 싸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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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북극에 사는 백곰과 열대 밀림의 사자가 과연 싸울 일이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도대체 둘이 만날 일이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자문자답이 이어졌다.

"조씨의 말에 따르면 추운 곳에서 싸우면 백곰이, 더운 곳에서 붙으면 사자가 이긴다고 하더군요."
다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직업은 못 속인다고, 기자 경험이 많은 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거참 조용헌이란 분도 싱겁기는, 그야 당연하지요. 북극에서 사자가 힘이나 쓰겠어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근데 문제는 지금 대선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춥고 더운 것과 무슨 상관이냐는 거지요."

지당한 말씀이다.
안철수가 백곰, 박근혜가 사자의 관상이란 건 뭐 그렇다 치더라도(그 분야 전문가가 한 말이니까), 박과 안의 대결에 왜 갑자기 날씨가 개입하는 것일까?
'조의 가설'에 대해 몇 가지 쟁점이 도출됐고, 우리 일행 여덟은 이런저런 검토와 토론을 했으나 "관상에 근거한 대선구도 예측은 너무 허술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조용헌의 가설'이 용도폐기된 것이다.(역시 직업은 못 속인다고 '소폭' 몇 잔에 논리적 사고를 완전히 반납할 우리가 아니었다. 남이 뭐라건, 결론이 틀리건 말건, 논리로 밥 먹고 사는, 즉 '구라의 프로세스'를 목숨보다 중시하는 게 학자와 기자 아닌가?)

그래도 한번 제기된 궁금증은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했다.
더욱이 이론에 정통한 학자가 있고(그것도 세 분씩이나) 사실 확인을 업으로 삼는 기자가 있는데(현직은 물론 전직까지) 해결하지 못할 의문이 어디 있단 말인가?(이 세상 모든 의문은 반드시 풀린다는, 아니 풀 수 있다는 '자연과학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있다는 점에서 학자와 기자는 한통속이다)

어쨌든 얘기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
"내년 대선에 안철수와 박근혜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조의 가설'을 용도폐기한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과 전망이 필요했는데, 두 가지 가설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됐다.(맘먹고 찾아보면 이 세상이 시각과 전망은 넘쳐나기 마련이다.)

하나는 안철수 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에서 세를 형성하면 내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40명은 당선시킬 수 있으며(기존 당과 연대를 하건 그게 싫어 독자노선을 고집하건), 연말 대선에 돌풍을 몰고 올 것이란 가설.(구태여 말하면 학자 진영에서 나온 것인데, 엑셀 프로그램을 돌려 연구실에서 도출한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라는 주석이 붙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지금의 '신비주의'를 훼손하지 말고, 총선의 유혹을 뿌리치고, 금권과 야합이 판치는 오프라인 세상에 들어오지 말고 온라인 세계에 웅크려 있다가, 찬바람이 불어올 때쯤 '반(反)정치정서'를 자극하면서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를 기치로 내걸고 대선에 도전하면 승산이 있다는 가설.

일행은 또다시 이런저런 검토와 토론에 나섰다.
반론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런 것들이다.

"정치자금은 어떻게 마련하지?"
"안철수펀드를 띄우면 금방 몇 십억이 걷힐 걸"
"조직도 없이 어떻게 선거를 하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는데 뭘 걱정이야" 등등.

또 만에 하나, 집권하더라도 뜻을 같이하는 세력과 함께가 아니라면 국정운영은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도 있었는데, 이 땅의 충성스런(밑이 아니라 주로 위에) 관료집단을 재활용하면 된다는 말로 간단히 제압됐다.(영혼이 없다는 거 아냐?)

우리는 그렇게 세 시간을 집중적으로 떠들다 집으로 갔는데, 나의 경우 문제를 완전히 풀지 못했다는 자괴감 탓인지 왠지 공허하고 찝찝하기만 했다.(남극인지 북극인지, 열대 밀림인지 열대 사막인지, 그 배경이 정확치 않은 곳에서 백곰과 암사자가 뒤엉켜있는 꿈까지 꾸었다.)

그러다 며칠 뒤 또 다른 금융계 인사를 만나 밥을 먹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요즘 언론이 참~ 이상해. 정작 본인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연일 안철수 기사가 넘쳐나니 말이야. 이게 가능한 거야? 신문에 이름 석 자 내려고 그렇게 떠들어도 기사 한 줄 안 쓰는 게 기자들 아닌가?"

순간 뒤퉁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눈이 앞으로 툭 튀어나오며(머리까지 45도 정도 앞으로 꺾이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 맞아, 이번에도 필경 언론이, 기자가 문제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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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경제담당 부국장 겸 금융부장 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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