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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딸깍발이]2천년전에 치룬 점심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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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옛날 옛적, 이스라엘 땅에 커다란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은 나무도 거의 없는 천둥 벌거숭이 언덕배기였다. 오늘날로 치면 '2PM'같은 아이돌 콘서트는 저리가라할 정도로 열기만은 뜨거웠다. 초원에서 사는 목동, 시장통의 장사꾼, 바닷가 어부들은 물론 남녀노소가 다 모였다. 행사장은 야단법석였고, 사람들이 외치는 함성소리로 요란했다. 행사의 주인공은 '예수님'이셨다.

"예수님, 예수님 ...!!"
수천명의 군중들이 '예수님'을 연호했다. 그런데 군중들 대부분은 점심 도시락을 지참하지 못 했다. 처음 예수님의 강연에 귀기울이던 군중들도 배 고파지자 심드렁해졌다. 몸을 비비 꼬고, 땅바닥에 낙서 하고, 일부는 행사장 주변 포장마차에 김밥 사먹으러 가고, 또 일부는 좌판에서 막걸리를 퍼마셨다.

그야말로 배고픔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이땅에 왔다고 설명해본들 배고픈 사람들한테 소위 '말빨'이 안 섰다.

예수님이 고민스러워하자 제자들이 긴급히 점심밥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미 총독한테 '점심값 지원'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한지 오래였다. 로마 원로원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다 예산이 없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뇌었다. 오히려 귀찮다고 타박할 지경였다. 행사장 주변 부호들한테 협찬 요청한 것도 모두 거절당한 터였다.
군중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였다. 말씀을 전할 분위기도 다 엉망였다. 특히 아이들이 가장 문제였다.그래서 '예수의 현장 투어' 시리즈가 중단될 위기였다. 할 수 없이 제자들은 돌아다니면서 도시락 가져온 사람들에게 나눠먹자고 하소연 해봤다. 좀 과격한 제자는 도시락이 있을 법한 사람들을 행사장 뒷편 나무그늘로 불러내 은근히 압력도 넣어봤다. 별무 소용였다.

반발도 많았다. 우선 광주리를 이고 행사장엘 돌아다니며 김밥 파는 아줌마들과 김밥 생산업체들이 반발했다. 행사장 주변 포장마차 주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답답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이제 그만 됐다. 일단 모아진 것들만이래도 이리 가져와 봐라"라고 제지했다.
헌데 모두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 뿐이었다.
(떡 주인들, 기분 좀 상했다. 일부는 주머니 깊숙히 숨기고 안 내놓은 사람도 있었다.)
"누구 코에 붙이냐"고 투덜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일단 가난한 집 애들을 선별해 주자는 소리도 있었다. 아예 배식을 하지 말고 우선 '강연하느라 고생하신 예수님부터 드시라'고도 했다.

예수님은 가져온 빵과 물고기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기도한 후 예수님은 그걸로 배식을 실시했다. 식사 후 남은 음식이 열두 광주리나 됐다. 그렇게 예수님은 '함께 먹자고하면 그저 떡 댓개만 내놔도 다 같이 배부르다'는 기적으로 점심 밥값을 치루셨다.

그렇다. 예수님이 인류에게 점심값을 치루신 지 어언 2000여년에 이른다. 예수님의 '점심밥값 정신'은 다같이 나눠먹는 것으로 이해한다. 사실 교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이런 수준으로 이해하는게 일반 상식이다. 헌데 강남의 대형교회는 무상급식이 '나라를 망친다'고 여전히 아우성였다. 도무지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다. 누가 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너희들의 도둑질을 계속 참는다면
 우리는 언제까지고 배가 고플 것으로 생각했고
 손에 넣을 수 없는 새하얀 빵도 유리창을 부수면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어떨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 브레히트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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