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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산책]"멍청하기는, 문제는 정치야"

최종수정 2011.06.10 06:20 기사입력 2011.06.0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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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하는 충무로산책

[충무로산책]"멍청하기는, 문제는 정치야"
올해가 2011년이니까 내년은 당연히 2012년.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총선'과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몰린 해다.

총선은 4월11일, 대선은 12월19일로 예정돼 있다. DJ께서 '생물(生物)'이라 명명한 정치가 바야흐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반이 지나 기차가 저만큼 보이기 시작했으니 이쯤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크게 둘로 갈라도 좋을 듯싶다. 설레는 쪽과 아쉬워하는 무리로.

그럼 '너는 어느 쪽이냐?' 묻는다면, 나는 전자를 택하겠다. 국회의원은 여러 번 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은 헌법상 '연임불가'니까 말이다.

* * * *
요즘 금융계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시작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하나 있는데, 이런 것이다.
"저, 실례지만 고향이 어디시지요?"

고향을 묻는 게 왜 실례일까? 의아해 한다면 당신은 순진하거나 아니면 신문을 건성건성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함의가 담겨 있다. 미리 프로필을 살펴보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덥석 나와 '민감한 이슈'를 면전에서 따져 묻는 데 대한 민망함과 앞으로 전개될 깊이 있는 대화에서 상대의 입장을 십분 감안하겠다는 배려 말이다. 상대방 고향이 호남, 그중에서도 광주일고 출신이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대한 폭넓은 해석과 함께 이 사건에 투영된 대한민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의미와 파장 등에 대해 공감을 나눌 수도 있고 첨예한 토론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대해서까지도.

공교롭게도 광주일고를 나온 분과 마주하고 있다면, 슬픈 일이지만 상황이 좀 달라진다. 상대방이 느끼고 있을지 모르는 막연한(또는 구체적인) 공포와 두려움, 분노 등을 감안해야 한다.(그럴 마음이 없다면 대화의 주제를 신변잡기로 제한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런데 며칠 새 '버전 업'됐다.

검찰이 또 다른 저축은행(이곳은 아직 '살아 있다')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에는 광주에 있는 또 다른 고등학교가 도마에 올랐다. 속 깊은 대화를 위해 또 하나의 사전점검이 필요해진 것이다.

저축은행은 아직도 많다. 지금 금융감독원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다음 달에는 예금보험공사와 공동으로 10여개 재무구조 불안정 저축은행에 대해 공동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오는 8월에는 저축은행 상반기 실적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썩은 사과 솎아내기'가 예정돼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이 해온 사업과 관행을 감안할 때 어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그 상자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밟아 여느냐 하는 것인데 시장경제 논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저만치 기차가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도착한 기차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 손을 흔들며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It's economy, stupid)"라고 외치기 전까지 우리는 아직도 1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

역설적이고 안타깝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It's the politics, stupid"라는 마녀의 주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메가뱅크' 강만수 회장도 '칼잡이' 김석동 위원장도 너무 늦게 무대에 오른 거 아닐까?

☞ 박종인의 당신과 함께 하는 충무로산책 보기

박종인 부장 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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