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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과 어느 일가족의 참담한 2박3일③

최종수정 2010.12.25 13:49 기사입력 2010.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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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하는 충무로산책

구제역과 어느 일가족의 참담한 2박3일③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상상치 못했던 일입니다.

구제역 확산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피해와 고통, 그리고 추위에도 불구하고 방역현장에서 땀 흘리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땅에서 살아가면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또는 연말을 맞아 식당에서 동료나 지인들과 함께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편안히 받아먹는 게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고민 끝에 글의 방향을 대폭 수정키로 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는 충무로산책’은 아시아경제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는 공간입니다.
기사는 결코 아니고 칼럼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약간은 새로운 형태의 글을 시도하는 곳입니다.
신문사 언저리에서 글을 일삼아 밥벌이하는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이야기로 풀어보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란입니다.
그런 점에서 ‘충무로산책’은 아시아경제가 생산하는 많은 콘텐츠 가운데 시의성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한마디로 ‘한가한 글’입니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시간을 (방문자도, 기사도 적은) 토요일 오전으로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구제역으로 전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고통과 한숨이 깊은 시점에 ‘한가하게 노닥거리는’ 글을 계속 쓴다는 게 죄스러웠습니다.

‘구제역과 어느 일가족의 참담한 2박3일’은 12월11일 첫 번째 글이 나갔으니까, 7일이나 8일쯤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11월말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간헐적으로 확산되던 초기 시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글을 쓰기 전에 이야기의 큰 얼개를 잡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기초조사도 마쳤습니다.

‘사람과는 전혀 무관하고, 소와 돼지 등 발굽이 둘인 동물에게만 전염된다는 것, 구제역에 걸린 소와 돼지의 고기를 먹어도 전혀 해가 없다는 것, 전염성이 무척 강해 사전 방역이 중요하다는 것, 감염이 예상되는 지역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는 건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선제적인 예방조치라는 것’ 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돼지고기 소비자로서 풀리지 않는 궁금점이 남았습니다.

우선 구제역에 걸린 소와 돼지의 고기를 먹어도 되는데 왜 구태여 살처분하여 매장하는지 하는 것입니다. 먹어도 되는 고기를 땅에 묻는 건 아무래도 아깝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일 년에 몇 번 명절 때나 밥상에 소고기가 올라왔던 유년의 추억 탓인지 저는 지금도 소고기는 아주 귀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둘째는 그렇게 많은 소와 돼지를 폐기하면 아무래도 소고기와 돼지고기 값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의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구제역과 관련된 기사가 많지 않았기에 저와 유사한 궁금증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은 취재를 통해 보충하기로 했습니다.

궁금증은 해소되었습니다.
정보를 공유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는 약 330만 마리에 돼지는 약 1000만 마리 정도.
(국내 축산농가가 키우고 있는 소와 돼지를 모두 합하면 남한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셈이다.)

이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와 돼지는 23일 현재 약 30만 마리.
(지난 15일 현재 15만 마리라고 했으니, 일주일새 살처분 대상이 배로 늘었다. 구제역의 가공할 전염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로 살처분 대상은 소 보다 돼지가 월등히 많은데, 이는 돼지의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 보다 최대 3천배 더 강력하기 때문.(구제역 살처분 기준은 발생지로부터 소는 반경 500m 이내, 돼지는 반경 3㎞ 이내에 있는 모든 우제류(발굽이 두 개인 소, 돼지, 사슴 등) 가축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소와 돼지의 사육 규모에 따른 차이로 인해 돼지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예컨대 소는 한 농가에서 몇 십 마리 정도를 키우는 반면 돼지는 한 농장에서 몇 백 마리까지 사육하고 있고 따라서 돼지의 살처분 규모가 더 많다는 것.)

축산농가의 피해를 일정 부분 보조하기 위해 살처분된 소와 돼지의 무게 등을 감안하여 각 축산농가에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50%는 처분 즉시, 그리고 나머지는 사후 정산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지만 피해 농가에서는 이 같은 지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지원금 규모 산정과 지급 시기는 물론이고 살처분 가축물 및 사료 등 소위 오염 가능성이 있는 기자재(트랙터, 각종 시설물, 포장된 볏집 등)에 대한 보상 기준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피해 농민들은 구제역 사태가 종결된 뒤 다시 송아지나 새끼 돼지를 입식해 시장에 내다팔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어 그동안의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제역 판정을 받은(또는 의심이 가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는 이유는 다른 가축에게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예방조치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
(구제역에 걸렸거나 의심되는 소와 돼지의 살코기를 먹으려면 부득불 해당 소와 돼지를 차에 싣고 도축장까지 옮겨야 하는데 그 이동 과정에서 다른 지역의 안전한 가축에게까지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도축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건강한 가축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득불 현장에서 즉시 살처분한다는 것. 아깝기는 하지만 그게 더 경제적으로 비용이 덜 들어간다는 설명이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살처분으로 인해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없다는 것.) 오히려 구제역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

덧붙여 구제역 확산과 그로 인한 농가의 애끓는 피해를 전하는 두 건의 기사를 요약 정리합니다.
(앞의 기사는 12월3일자 동아일보의 기사인데 구제역의 전염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고, 뒤의 기사는 12월24일자 프레시안의 기사인데 구제역으로 인한 농가의 애끓는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충남 보령의 돼지농장(2만191마리)가 살처분 대상으로 결정된 것은 신발 한 켤레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구제역 최초 발생 지점인 안동시 와룡면의 서현양돈단지를 방문한 수의사는 다음 날 충북 보령의 돼지농장을 찾았는데, 방역당국 관계자는 “해당 수의사가 보령을 방문하기 전 목욕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차량도 다른 차량을 이용하는 등 나름대로 방역을 철저히 했지만 최초 발생 농장을 방문할 때 신었던 신발을 그대로 신고 갔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도살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근 3km 안에 돼지 15만여 마리가 있어 만약 구제역에 감염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

“신발 때문에 구제역이 전파될 것이란 확증은 없지만 만에 하나 그로 인해 구제역이 확산되면 도저히 수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견이 있었지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매우 강해서 사람 옷, 차량 바퀴, 사료 등을 타고 전파될 수 있다는 것.


파주 지역의 한 살처분 대상 농가에서 인터넷에 올린 글이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유모씨는 '구제역 살처분 축산농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토론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저의 부모님은 지난 13년간 한우를 키우고 계셨습니다"라고 시작한 이 글은 12월 19일 밤 11시 파주시청으로부터 "살처분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은 상황부터 전하고 있다. 지난 9일 농가에 방문한 도축 배달 차량이 구제역 오염 농장에 갔었기 때문에 해당 차량이 다녀간 농장의 가축은 모두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해야 한다는 것.

"농장 한 가운데 땅을 파서 매립하자"는 파주시의 요청에 유씨의 어머니는 “지하수 오염은 물론 집 한 가운데 소 121마리를 매장하고 편히 살 수 없다”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결국 그 다음 날 파주시 관계자가 유씨의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협조를 부탁했고 살처분에 동의했다고 한다. 유씨는 "저랑 아버지, 동생이 마지막 가는 소들을 위해 고급사료를 주었다"고 전했다.

안락사하는데 큰 놈은 2분, 암소는 1분이 걸렸다고 한다. 독약 주사기를 든 여자 방역담당자는 "제가 직업을 잘 못 선택한 것 같네요"라면서 울면서 주사기를 찌르고, 구토를 했다고 한다.

유씨는 "121마리가 밥 달라고 울어대던 부모님 농장에 적막만 흐른다"고 마지막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의 방역 담당자 및 축산행정 담당자들은 정말 고생하시고, 축산 농가와 함께 고통을 나누는 좋은 분들"이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박종인 본부장 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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