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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100-1=0, 99+1=100

최종수정 2010.12.16 11:31 기사입력 2010.12.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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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100-1=0, 99+1=100
100에서 1을 빼면 얼마일까? 당연히 99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0입니다. 99번 잘했어도 한번 잘못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1에 해당되는 것이 신뢰와 관계되는 것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자주 쓰는 말이지만 무심코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일이 커져 막기 힘들 때 쓰는 속담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조치를 취하면 큰 부담을 덜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경우를 놓고 하는 말입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입니다. 사소한 무질서를 그대로 놔두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신뢰의 추락이 그렇습니다. 파괴력이 정말 강합니다.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깨진 유리창 하나가 범죄를 확산시키듯 잘 나가던 비즈니스를 위기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한때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렸던 도요타 위기의 진원지는 고객과 직장, 직장 내 임직원간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됐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를 통해 약속한 공짜 쿠폰 지급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KFC 위기 역시 신뢰의 추락 때문에 생긴 것이었습니다.
델 컴퓨터의 위기도 그렇습니다. 1600달러짜리 노트북을 구입한 소비자가 의뢰한 애프터서비스 신청을 묵살한데서 기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신뢰. 공허한 단어 같지만 이보다 강한 무기는 없습니다. 기술이나 마케팅보다 중요한 것이 배려와 신뢰의 문화입니다. 지속가능한 성장, 이에 필요한 동력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배려와 신뢰를 소홀히 하는 순간, 잘 나가던 기업도 하루아침에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배려와 신뢰의 습관을 익히면 어떤 위기,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나 신뢰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배려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배려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신뢰와 배려. 이런 문화를 가진 기업은 강한 기업입니다.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아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신뢰와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은 역량이 좀 달려도 경쟁력을 인정받습니다. 더불어 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뢰, 배려가 없는 기업은 덩치가 크더라도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신뢰와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벼락부자, 벼락출세는 할 수 있어도 그가 이룩한 부(富)나 명성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 개인의 부귀와 영화도 신뢰를 잃는 순간,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어떻게 해야 신뢰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배려의 문화를 어떻게 뿌리 내릴 수 있을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면 그 기업의 수명은 오래갑니다. 어지간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의 창업주. 그들이 논어를 즐겨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배려, 여기에서 신뢰의 싹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윌리엄 E. 딜(Diehl)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먼데이 커넥션’이라는 책을 쓰신 분이죠. 그가 한 말 중에서 인상 깊은 표현이 있습니다. “세상은 훌륭한 경청자를 갈망한다”는 말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한 가지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면 듣고 있는 말보다 마음이 앞서가기 쉽고, 이 때문에 상대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순간에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할 경우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고, 상대방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환자와 의사의 예에서 경청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매일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는 환자들을 진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따지고 보면 환자들은 다만 자신의 말에 귀를 열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신뢰와 배려의 지혜를 경청에서 찾았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느냐에 따라 신뢰가 쌓이고, 지혜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말을 배우는 데 2년, 침묵을 배우는 데 60년이 걸린다는 말도 그래서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면 마음을 얻을 수도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말이 많으면 지식을 빼앗기고 말을 많이 들으면 지혜를 쌓는다는 말과도 상통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100-1=0. 그렇습니다. 99번 잘했어도 한번 잘못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립니다. 신뢰를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99+1=100의 원리를 생각하면 문제는 쉽게 풀립니다. 여기서 1은 신뢰와 배려입니다. 99도까지 온도를 올려도 물은 끓지 않습니다. 수증기를 만들어 에너지로 변환시키지 못하는 상황은 0도 때나, 50도 때나, 99도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 1도를 더해야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기술력, 마케팅, 자금력…여기에 신뢰를 더해야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스티븐 코비(76)의 맏아들이 최근 한국에 왔었습니다. 아버지의 철학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그는 ‘신뢰’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했던 비법을 배려, 그리고 ‘신뢰의 속도’에서 찾았습니다.

“기업이든 정부든 신뢰지수가 내려가면 소통의 속도가 떨어진다. 소통의 속도가 떨어지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신뢰지수가 내려가고, 이 때문에 소통의 속도가 떨어지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는 현상- 이것을 ‘신뢰의 세금’으로 본 것입니다.

세금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절세란 말이 생겼습니다. 기업 활동을 감시하던 국세청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지 않는다는 판단이 설 때 세무조사라는 수단을 동원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신뢰의 세금’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신뢰의 세금은 당장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당장 비용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위력은 대단합니다. 검찰조사, 세무조사보다 무섭습니다. 기업을 뿌리 째 흔들 만큼 많은 코스트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신뢰지수를 높이면 소통의 속도가 빨라지고, 소통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과제를 수행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신뢰지수를 높이면 조직 내에서 협업, 팀플레이, 파트너십 등 모든 역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신뢰란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 서로 믿고 약속을 지키는 마음입니다. 이것은 계약도 아니고 글로 써서 지키는 것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마음으로 믿는 것입니다. 신뢰는 때로는 사람을 배신하기도 하지만,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2011년의 큰 그림을 신뢰와 배려에서 찾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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