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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경제레터] 呂伯奢(여백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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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나오는 영웅 가운데 조조가 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당시 최고의 지식인이자 시인이었습니다. 원칙과 줏대를 내세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리더였습니다.

그래서 부하들은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잘 따른 것으로 돼 있습니다. 리더십을 얘기할 때 조조의 감성리더십을 떠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냉철하고 차가우면서도 감성적인 면을 갖고 있는 조조의 성품이 인간적인 매력이고, 그것이 인재를 포용하고 능력이상의 역량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 조조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의형제로, 자신의 아버지와 다름없는 여백사(呂伯奢)를 직접 살해하게 됩니다. 그것도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여백사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소통의 부재였습니다. 위대한 영웅으로 날고 기는 조조에게도 소통의 부재는 재앙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삼국지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이 있습니다. 동탁입니다. 그는 즉위한 지 며칠 되지 않은 황제를 폐위시킨 후 그 자리에 9살짜리 어린아이를 앉힙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실상 정권을 잡은 그는 당시 최고의 장수였던 여포까지 자신의 부하로 삼아 부귀를 누립니다. 그는 양민을 무고하게 학살하는 등 공포정치를 즐겼습니다.
조정대신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격이 워낙 포학하다보니 어느 누구도 그에게 바른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동탁의 이런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조였습니다.

그는 이런 동탁을 제거하기로 결심합니다. 몰래 동탁의 방에 침입, 칼을 겨누며 동탁의 목을 베려던 순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때문에 조조의 암살계획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암살에 실패한 조조는 도망가던 중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함께 가던 진궁(陳宮)은 허난성에 있는 여백사의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자고 제의합니다. 여백사는 조조 부친의 의형제였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분이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여백사는 조조를 아주 반갑게 맞이했고, “술을 사 올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조조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조조는 그 순간 칼 가는 소리와 누군가 자신들을 헤치려고 하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묶어 놓은 다음에 죽이는 게 어때?”

조조는 자신을 죽이려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먼저 손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에 진궁과 함께 집안에 있던 사람들 8명 모두를 죽였습니다. 그런데 주방에 들어간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돼지 한 마리가 묶여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 집 하인으로, 돼지를 잡아 조조와 진궁을 대접하려 했던 것입니다.

뒤늦게 이를 안 조조는 황급히 여백사의 집을 빠져 나왔습니다. 잠시 후 술을 사오던 여백사와 맞닥뜨렸습니다. 조조는 여백사가 관(官)에 밀고하러 간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다시 칼을 빼서 여백사의 목을 베었습니다.


중국 인민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연구한 쉬여우(許優)씨는 ‘삼국지로 배우는 성공학’에서 소통의 부재가 몰고 올 재앙을 조조와 여백사의 사례에서 찾고 있습니다. 소통의 부재, 이로 인한 오해가 아버지와 다름없는 여백사,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려는 그에게 칼을 들이대고, 결국을 목숨까지 빼앗게 되는 실수를 범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개와 고양이에게서 소통의 필요성을 찾고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만나면 으르렁거리면서 싸웁니다. 그들이 천적관계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소통하는 방법이 서로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개가 꼬리나 엉덩이를 흔드는 것은 좋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고양이가 기분이 좋으면 목으로 ‘가르릉’ 소리를 냅니다. 그러면 개는 이를 싸움을 거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는 본래 호의를 가지고 있어도 처절한 싸움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개와 고양이는 싸우지 않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쉬여우 선생에게서 소통의 지혜를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혼한 노부부의 대화에서도 소통의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노부부가 이혼한 날, 변호사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주문한 음식은 통닭이었습니다. 주문한 통닭이 나오자 할아버지는 날개부위를 할머니에게 권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지난 30년간 당신은 늘 그래왔어. 항상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더니 이혼한 마지막 날까지 그러다니… 난 다리부위를 좋아하는데…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당신은”

그러나 할아버지의 말은 달랐습니다.

“날개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준 것인데...어떻게 이혼하는 날까지 그렇게 말할 수 있나?”

화가 난 노부부는 서로 씩씩대며 자리를 박차고 각자의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기가 막힌 일이죠? 30년 동안 통닭집에 그렇게 많이 가면서도 좋아하는 부위에 대해 얘기 한번 하지 않았다니. 그러면서 통닭을 먹을 때마다 섭섭한 마음만 갖고 있었다니.


경영자들이 실제 근무시간의 70%를 소통을 위해 사용한다는 한 경영학자의 분석을 본 적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70%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잘나가던 기업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조사해 보니 고객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같은 업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높은 성장속도를 유지하던 기업 종업원들의 로열티가 떨어지고, 성장잠재력 역시 허약해지는 조짐을 보였습니다. 경영진단을 해보니 조직 내부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 그는 3년 전 청와대에서,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그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경영스타일은 늘 화제가 됩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위라는 점보다는 그의 혁신 의지와 소통방식이 돋보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천억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카드를 재무구조가 좋은 우량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올해 영업수익은 1조500억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소통경영이었습니다. 그가 가장 중시한 것은 기업-고객과의 소통, 직원상호 간-상하 간 소통의 물꼬를 트는데 최우선 역점을 뒀습니다. 칸막이 문화를 해소했더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쏟아졌고 매출증대, 순익증가, 알짜배기 회사로 변신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 금융감독원 강의에서 직원들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대목은 소통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유별나게 기업에서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자입니다.

그는 매월 한 차례씩 임원진 50명과 본사 10층 강당에 모여 함께 근무하는 마켓 플레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하루를 투자해서 이렇게 서로 충분히 대화하고 나면 그 다음 한 달 동안엔 쉴 새 없이 아이디어가 샘 솟더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소통의 문화가 바뀌면 조직의 문화가 바뀝니다. 몸담고 있는 직원들 삶도 열정과 희망으로 채워집니다. 소통이 되지 않는 기업에 꿈과 비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호의를 베풀려다 뜻밖의 죽음을 당한 여백사, 호의를 베푼 부친의 친구를 죽음으로 내 몬 조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이혼한 노부부의 다툼-여기에서 소통의 지혜를 찾는 하루되시면 어떨까요?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하면 오해가 있을 수 없습니다. 갈등과 분쟁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거기에다 마음의 눈높이까지 맞추면 안 될 일도 가능성의 세계로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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