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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중국인들의 명품쇼핑

최종수정 2010.10.05 09:36 기사입력 2010.10.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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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중국인들의 명품쇼핑
량 샤오민이라는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베이징대학 경제학과와 미국 코넬대학에서 현대 서양의 경제이론을 전공했고, 베이징대학, 칭화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꼽히고 있습니다. 3년 전 그는 중국사회의 과시형소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서 과시형 소비를 하는 현상, 그는 이를 허영이자 비이성적인 소비행태로 몰아 붙였습니다.

시장경제가 성숙하면 소비자들은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과시적인 지출을 하는 소비그룹이 생겨납니다. 원하는 부(富)를 축적했으니 우월감과 명예를 드러내기 위해 낭비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량 샤오민은 이런 현상속에서 막강한 사업가, 연예계 스타, 사회적으로 명사에 속하는 사람들이 과시형 소비그룹으로 변신한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미국 사회학자인 리처드 커니프의 논리를 빌려 이런 과시적 소비자들을 ‘불독’이라 했습니다. 불독들은 엄청난 부(富)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시성 소비를 하는 것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지 않는냐는 시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시성 소비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가짜 불독이 범람하는 중국’(량 샤오민, 중국경제를 말하다, 황보경 옮김)이라는 글에서 그는 중국의 과시형 소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에서의 과시형 소비는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시형 소비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수입증가율, 소비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있습니다. 벤틀리, 샤넬 향수, 루이뷔통 가방, 바쉐론 콘스탄틴의 판매량은 선진국보다도 많습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최상급의 명품을 소화해내는 중국시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명품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들의 소득수준은 불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명품을 살만큼의 여력은 있습니다. 명품소비에 열광하는 심리와 목적이 어떻든 간에 이들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부호는커녕 중산층도 아닌 사람들이 과시적인 소비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 월수입 2000~3000 위안에 불과한 여성들이 1만6000위안의 루이뷔통 가방을 구입합니다. 대학생들, 심지어 고등학생들까지 부유한 가정 출신이 아니더라도 명품구입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 과시를 할 수 있는 것이지, 부자인척 한다고 해서 세인의 주목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붐비는 버스에 루이뷔통 가방을 든 여성이 탔을 때, 누가 그 명품 가방이 진짜라고 믿겠습니까?

남들 보기에 짝퉁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된다면 ‘과시’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망신살이 뻗칠 뿐입니다. 부모를 졸라서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대학생이 멋있어 보이겠습니까?

과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췄을 때 가능합니다. 쌈짓돈을 어렵게 모아 명품 하나를 샀다고 해서 명품족으로 행세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량 샤오민은 이런 점을 꼬집으며 과시형 소비는 ‘불독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지금 불독을 흉내 내지 말고, ‘불독이 되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려야 할 때’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과시적인 소비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전적으로 소비자가 택할 자유지만 아직까지 중국에선 이런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달걀 한 개로 부자를 꿈꾸는 사람에 대한 우화가 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달걀 하나뿐인 사람이 이것을 부화시켜 병아리를 낳게 하고, 그 병아리가 커 매일 계란을 낳아 재산을 불리려는 야무진 몽상에 잠겨 있습니다.

그는 달걀 한 개로 시작해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놓치는 바람에 달걀은 깨지고 백만장자의 꿈도 함께 깨지게 됩니다. 비현실적인 몽상가를 풍자하는 얘기지요.

량 샤오민은 3년 전 대약진 운동 이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도 일부 중국인들이 당시의 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국가가 된다거나, 노벨경제학상을 탈 시기를 예측한다거나, 중국의 인민폐가 아시아공용 화폐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우화속의 가난뱅이의 꿈에 비유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량 샤오밍의 생각이 기우(杞憂)로 변해버린 느낌입니다. 중국경제는 내수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성장률이 2년 연속 20%를 넘었습니다.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제품 수는 중국이 단연 1위입니다.

2030년이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을 가볍게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신흥부자가 양산되고, 이들이 과시형 소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최근 그리스 국채를 대량 매입하면서 “그리스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중국이 돕는 것은 신의에 관한 문제”라는 말을 할만큼 돈에 의한 패권외교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모습의 한 단면이라면 비약일까요?

그래서 며칠 전 한 매체는 ‘중국이 판을 바꿨다. 일본도 변신한다. 한국, 변해야 산다’는 특별기획을 연재하며 한·중·일의 현재를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이 넘치고 있습니다.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에 온 이들은 머물 숙소를 잡지 못할 만큼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명동거리는 물론이고 백화점의 면세점에서 큰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씀씀이가 일본 관광객의 2배나 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가의 명품을 거침없이 사들이며 통 큰 쇼핑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올해 5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해외 여행객. 이들은 세계 관광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의 3분의 2는 아시아지역을 찾고 있는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쇼핑 천국이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도 이들의 명품 쇼핑열기는 화제에 오르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의 명품매장에서도 큰손으로 부상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관광업계에도 영향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명품의 4분의 1을 중국인들이 사들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럼, 그들은 지금도 불독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일까? 이젠 해외원정까지 하며 과시형 소비를 하는 이들에게 돈이 없으면서 과시성 소비, 비이성적 소비행태를 보인다며 비판할 수 있을까? 량 샤오민의 지적처럼 불독이 되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라는 충고만 들어야 할 때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신흥부자들이 그만큼 많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겐 명품은 곧 신분상승의 상징이나 다름없습니다. 5년 후에는 중국이 세계 1위의 명품 소비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독일의 기업인인 볼프강 라이츨레. 그는 한때 ‘사치는 오히려 부를 창출한다’는 책을 써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소수의 부자들이 과시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의 빈곤을 해결할 수 없고, 과시적인 소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중국의 신흥부자들이 해외에서 보이고 있는 싹쓸이 명품쇼핑. 이같은 현상이 중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리가 걱정할 사항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들 관광객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느냐, 이들이 한국에서 돈을 쓰게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과시형 소비, 사치적인 성향을 한국의 부를 창출하는 계기로 만드는 길, 이에 대한 지혜가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인 것 같습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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