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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세상엿보기] 통역 급구

최종수정 2010.08.18 13:29 기사입력 2010.08.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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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친박과 선 긋는 개각 단행
2012대선 양진영 행보 최대관심


파란만장의 정운찬 내각을 대신한 개각 성격을 두고 설왕설래가 여전하다.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볼 때 '화합이냐, 고립이냐'의 엇갈린 의견이 분분한 현실을 풍자해 한 일간지는 만평에서 '통역 급구'란 표현까지 쓸 정도다.

한마디로 이번 개각은 명분과 시기에서 이명박 정부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노선을 명백히 한 셈이지만 정치를 근심하는 이들은 바로 그런 점에서 의아하기만 해 통역이 필요한 것이다. MB는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친박'과 선을 긋는 식의 개각을 단행했으며 이문열과의 회동에서 그가 얻은 확신은 어떤 것이었을까?

현재의 당내 역학에 관계없이 분명하게 던진 메시지엔 "앞으로 '친이'가 아닌 친위 세력으로 정치를 하겠으니 '친박' 진영은 당내 비토그룹으로 국정의 발목 잡기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담았다. 그것은 신임 총리보다도 오히려 이재오 장관과 이주호, 신재민, 진수희 세 장관의 기용에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읽혀진다.

그 명단 속에 유정복 의원이란 리트머스 시험지를 끼워 넣음으로써 박 전 대표가 반기를 들 타이밍을 미리 뺏었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친박의 얼굴을 자처했던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에 앉혀 대외적으로 친박 전선의 균열을 도모하고 일부 성공한 측면이 있었듯이 유정복 의원의 입각은 그를 통해서 친박 핵심세력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를 갖도록 만들어 친이와 친박의 정치적 경계를 아예 허물어버린 것이다.
반면 그의 외도로 인해 박 전 대표의 의중을 누가 튀지 않게 대변하며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란 과제를 안겨주었다. 2012년의 대사를 앞둔 친이 진영의 내밀한 움직임을 유 장관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양 진영 간의 통역(?)을 하는 과정에서 이중처신의 모함도 받을 수 있다.

보스의 여간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조율과 이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처지에 놓이는 게 인지상정이다. 2007년 강재섭 전 대표의 처신에서 받은 아픈 상처를 기억하는 박 대표이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된다. 친박이란 굴레는 정무를 핑계로 소원해도 그렇고 인연을 생각해 자주 접촉해도 그렇다. 더구나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의 두 비서실장 임태희 의원과 유정복 의원 간의 내밀한 공조가 어떤 식의 결과를 도출할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2012년 대선에 뛸 준마를 발굴하지 못한 야당의 불확실성도 큰 변수다. 역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자로 풀 베팅을 해야 할 친이 세력은 개헌을 통하든 연대를 하든 간에 활로를 찾아야만 한다. '적의 적은 동지'란 공식이 냉정하게 대입되는 전장이 2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노 정권 시절 악몽의 문화테러를 당했던 이문열 작가는 잘 알고 있었다. 밋밋한 캐릭터의 주인공을 내세워 극적으로 반전시키지 못하는 스토리는 결코 독자들을 긴장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때문에 그는 김태호 전 지사를 앞세운 의외성을 통해서 개각의 코드를 보다 젊게 드러내도록 했고, 대중이 기대하는 것과는 반대로 친박과의 느슨한 화합보다는 긴장된 갈등구도 쪽으로 의견을 냈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 결과를 본 그는 포퓰리즘 세력들이 재충전을 통해 다음 무대를 준비하기 전에 대통령이 리더십부터 회복하기를 바랐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세종시에서 뺨 맞은 리더십이 4대강에서 만회될 수만 있다면, 어떤 정치적 도전을 받더라도 과감히 승부를 걸어보라고 건의했을 것이다.

세종시 원안고수에 대한 박 대표의 입장을 '변형된 포퓰리즘'으로 공격할 만큼 안티를 두려워 않는 지지자의 기가 반영된 개각이었다. 통역 끝.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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