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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오픈프라이스제 '양날의 칼'인가

최종수정 2010.08.06 07:58 기사입력 2010.08.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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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한달째 적잖은 부작용 진통
'소비자에 더많은 혜택' 궁극의 善


[아시아경제 김종수 산업2부장]"아저씨, 이거 얼마예요? 가격표시가 안 돼 있으니 답답하네요."

"그거 600원이네요."

"다른 데서 350원에 산 것 같은데… 진짜 600원 맞아요?"

" 제품 포장에 'L-6'라고 적혀있죠? 600원이라는 뜻인데요."
"컴퓨터를 사는 것도 아닌데, 아이스크림 가격을 하나하나 비교해보고 살 수도 없고…."

지난 주말 동네 슈퍼마켓에 잠깐 들렀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와 함께 들어온 한 30대 아주머니가 아이스크림 한 봉지를 들고 슈퍼마켓 주인과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오픈프라이스제(자율가격 표시제)' 도입 이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라면과 과자, 빙과류, 의류의 권장소비자가격은 없어지고 유통업체들이 값을 정해 파는 '오픈프라이스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1일부터 기존의 일부 품목에다 247개 품목이 추가돼 모두 270여개 품목으로 확대되면서 이젠 이러한 실랑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오픈프라이스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표시할 수 있었다. 권장소비자가격이다.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상품가치 판단근거를 제시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조업체가 적정가격이라면서 표시하던 이른바 권장소비자가격이 이 제도의 도입취지인 가격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표시한 뒤 소비자에게는 선심쓰듯 할인해주는 '눈속임 마케팅'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권장소비자가격이 아닌 제조업체 희망가격이었던 셈이다. 오픈프라이스제는 이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편의점과 동네 슈퍼 등에서는 아직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대형마트, 편의점, 일반 슈퍼 등 32개 판매점을 대상으로 빙과 및 아이스크림류 7종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일반 슈퍼의 83%, 편의점의 75%가량이 가격표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소비자들도 혼란스럽다. 같은 제품도 곳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모든 품목에서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도입 취지대로 잘 가고 있다고 해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세상인들은 대형마트에 이어 이젠 골목 상권끼리도 경쟁이 붙어 영업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제조사와 유통사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가격결정 권한이 유통업체로 넘어갔지만 제조사들은 여전히 제품 공급량 등을 통해 유통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다.

오픈프라이스제는 '양날의 칼'을 가진 제도임에 분명하다.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정부 당국은 가격결정권을 둘러싸고 유통ㆍ제조업체 간 불공정거래를 하는지, 골목 상권 간 가격 담합이 이뤄지지는 않는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영세상인들의 경우 제도 시행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원가 개념이 없어 가격 책정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배려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의 실패'보다 '시장의 실패'가 주는 결과가 약자에겐 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나 유통업체들은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해 서로 협력하면서도 견제를 늦추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해 오픈프라이스제로 발생되는 이익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많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종수 산업2부장 kjs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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