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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칼럼]차기 대권 수싸움 3각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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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

삼국지에 나오는 병법으로 '두 마리 호랑이가 먹이를 다투도록 만드는 계책'이다. 다시 말하면 경쟁 진영의 갈등을 조장해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게 함으로써 바라던 이득을 취하는 경우다.
7ㆍ28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의 결과 민주당이 참패를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잃은 것만은 아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필자는 어느 정도 의도된 결과로 본다) 경쟁 진영인 한나라당에 노련한 싸움꾼 호랑이 한 마리를 들여보냈으니 앞으로 벌어질 '대형 참사'를 기대해볼 만하다며 뒤에서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회지계 (韜晦之計)'.

역시 삼국지에 나오는 병법으로 '자신의 큰 뜻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계략'을 뜻한다. 우여곡절 끝에 여의도로 다시 돌아가게 된 싸움대장 호랑이는 우선은 꼬리를 내린다. 자신으로 하여금 갈등이 생긴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낮은 자세'를 외치며 포복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하지만 그가 "낮은 자세..." 운운하는 것은 단지 '좋은 콘셉트'일 뿐이며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킹 메이킹이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그가 한나라당에 원대복귀함으로써 계파간 싸움에 불이 붙을 것이 뻔하며 그 갈등의 끝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병지계(驕兵之計)'.

우리 정치권이 그나마 지난번 6ㆍ2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교만해서는 절대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점일 것이다. 두 번의 선거를 통해 민심은 교만과 방심에 대해 준엄하게 심판했다.

따라서 교병지계, 즉 '적의 교만심을 키워 격파하려는 계략'을 이제부터는 여야 구분없이 틈만나면 이용하려 들 것이다. 벌써부터 여야가리지 않고 입만 열면 "우리 것이 진짜 서민정책"이라고 내세우는 꼴은 그나마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실천여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의 여의도 입성으로 차기 대권을 향한 수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미 시시각각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은 뻔한 이치이다. 그가 아무리 낮은 포복으로 일관해도 현 정권탄생이 탄생의 일등공신이며 사실상 2인자라는 중량감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킹메이커로서 노회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를 단순히 지역구 의원으로만 그냥 놓아줄리도 만무하다.

여권에 이 의원이 있다면 야권에는 이 의원과 비슷한 정치 여정을 거쳐온 이전의 '왕의 남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있다. 박 원내대표 역시 킹메이커와 권력의 2인자 역할을 경험했으며,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그를 얘기하면 늘 음모나 술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다.

삼국지에 빗대보면 이 의원과 박 원내대표가 일합(一合)을 겨루며 쓸 수 있는 계책은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격장지계(激將之計)'를 쓸 것이며, 때로는 적의 사이를 이간시키는 '반간계(反間計)'를, 경우에 따라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미인계(美人計)'도 불사할 것이다.

아군이 열세일 때 방어하지 않는 것처럼 꾸며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공성계(空城計)'와 성공을 위해 비밀정보를 경쟁자에게 제공하는 '진신지계(進身之計)', 가까운 적부터 치기 위해 먼 곳의 적에게 미소를 보내는 '원교근공지계(遠交近攻之計) 등등... 두사람의 머리는 앞으로 2년여 기간동안 권력을 향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허허실실 (虛虛實實)'.

정치권의 치열한 수싸움에 민심이라고 어디 그냥 지켜만 보고만 있겠는가. 빈 것 같으면서도 꽉 차있는 것이 바로 민심이다. 권력을 향한 수싸움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비수를 늘 품는다. 권모술수의 계략보다 정책의 진정성을 바라는 민심은 계속 늘어 갈 것이다. 그래서 이나마 나라가 바로 서 있는 것이다.



최범 편집제작담당 전무이사 c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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