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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세상엿보기] 볼품없는 단어들

최종수정 2010.08.18 13:30 기사입력 2010.07.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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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부 능선을 넘었을까 말까한 민망한 추문의 당사자를 일단 'K'라고 하자. 잊을만 하면 성추문을 제공하며 인지도를 올리는 정당의 처지도 민망하긴 마찬가지다. 술자리에서 씹는 것이 안주뿐만은 아니니 때론 사람들도 안줏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정치인도 사람이니 실언할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정치풍자가 가장 자유롭지 못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말 한마디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던 방송인들이 꽤 많았다. 당대에 막강한 대중을 등에 업었던 인기인도 하룻저녁에 몰락하는데, 하물며 일개 의원이 소속당 대표의 몸매를 소재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니.

글 제목을 보고 클릭했던 조회 수에 재미를 본 탓일까. 감히 대통령을 언급하고 영부인과의 애정까지 이간질(?)하는 개그를 할 수 있는 용기는 참 가상하다. 그러나 문제는 K 의원이 별 의식 없이 내뱉은 말 속에 본의 아니게 포함되어진 사람들의 인권이고, 총체적으론 여성을 보는 왜곡된 시각에 있다.

첫째로 먼저 들고 일어난 직업이 아나운서. 하필이면 입으로 먹고 사는 막강한 직업의 정치인(겸 변호사)과 아나운서들이 맞붙어서 전선이 과열된 감이 있다. 선망의 대상이던 여자 아나운서란 직업에 대해 환상을 깨도록 한 공로도 있는 것 같지만 "천박한 여성관과 비뚤어진 직업관에 실소를 금하면서…"라는 아나운서 연합회의 비감한 성명서에서 보듯이 그는 그녀들에게 몹쓸 개그를 한 것이다.

두 번째 피해자는 여야를 망라한 여성 의원들. 세 번째는 60대를 넘긴 국회의원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휴대폰이다. 키는 몇 달 전 180㎝ 이하를 '루저'라고 표현했던 방송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만큼 때론 우리 사회에서 금기의 단어가 될 수도 있다. 거기에 '볼품'이란 말 그대로 볼품없는 단어를 사용했으니.
네티즌들은 그간 K가 언급했던 다양한 성적 언급을 색출하면서 분노를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흠모의 대상이었던 빛나는 학벌과 이력이 '그것 때문에 지지했는데 그게 그런 거였어?'라는 식으로 도리어 분노를 부채질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번처럼 여러 분야 사람들을 골고루 적으로 만든 발언(유권자 반 이상인 여자, 여대생, 키 작은 여자들, 60대 이상 의원들, 한나라당 여성들, 방송지망생 등)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보통은 노인을 무시한다든지, 특정 지역을 비난하거나 아니면 특정한 직업이나 계층을 비하하는 발언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경우 일시적인 항의가 있더라도 당사자가 잘못을 사과하고 자숙하면 세월이 받아주며 사라지는 편이었다. K 의원이 그런 세월의 수혜자가 못 되는 이유는 운이 사납게도 임박한 선거이슈로서 부각시키기에 아주 들어맞는 특급호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서 졸지에 인물검색 1위가 된 민주당 의원은 대변인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할 말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밥 한번 먹고 싶어 줄을 선다"고 표현하는 바람에 애꿎은 60대 이상 의원들만 도매급으로 난처한 그룹이 되었다.

상대가 여대생들이라서 당의 보호막이 없는 K 의원이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 여론에 밀려서 마지못해 하나씩 내놓는 것보다는 자신이 여대생들에게 말했듯이 지금은 '다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나운서연합회는 K를 상대로 의원직사퇴를 요구하고, 명예훼손으로 형사상 소송을 청구하며 범국민적으로 기억을 되살릴 태세다.

아나운서연합회가 이같은 돌발변수를 미리 대비한 것일까? 우연이지만 연합회의 회장은 KBS의 성세정(43). 더 이상 성희롱 문제가 아나운서들과 결부되지 않고 깨끗이 씻겨 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긴 절묘한 이름이다.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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