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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골드만 CDO 5.5억弗짜리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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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지난 4월, 감독당국이 월가 심장부를 정조준하면서 업계를 긴장하게 했던 골드만삭스 사기 피소 사건이 벌금 지급 합의로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SEC는 골드만삭스에 5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물렸으며,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해 이를 받아들였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켰던 초대형 사기 혐의가 결국 벌금 부과를 끝으로 각각의 이익만 챙긴 수준에서 흐지부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 사건의 개요는 = 사건의 발단은 약 3개월 전인 지난 4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7년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컴퍼니와 함께 일명 아바커스로 알려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기반한 CDO를 설계했으며, 이에 하락 베팅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이로 인해 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사태가 불거진 당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1%, 나스닥지수는 1.4%, S&P500지수는 1.6%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하루에만 13% 급락했으며 JP모건·모건스탠리 등 금융주 주가 역시 5% 가까이 곤두박질 쳤다.
골드만삭스와 SEC는 팽팽하게 맞섰다. 사태가 불거진 일주일 뒤 진행된 청문회에서 상원들은 골드만삭스의 영업행위를 '도박'에 비유하며 경영진을 맹렬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청문회에서도 오만함을 잃지 않았다. 상원 의원들의 강한 추궁에도 골드만삭스 전·현직 임원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말로 일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 세계 투자은행들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만큼 이번 사태에 쏠린 관심은 지대했다. 미국이 이를 계기로 파생상품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지부진 이어가던 사건은 결국 3개월 만에 양 쪽 모두 슬쩍 꼬리를 내리면서 사실상 종결됐다.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여겨졌던 파생상품 거래의 부조리를 단숨에 뜯어고치기라도 할 것처럼 여겨졌던 피소건이 성과 없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 골드만-SEC '윈윈게임'? = 문제는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온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어떠한 구조적인 개혁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결국 벌금 부과를 끝으로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사상 초유의 벌금을 지불하게 된 골드만삭스는 자신들의 혐의에 대해서는 '실수'라고만 언급,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5억5000만달러는 월가 단일 금융회사에 부과된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끼친 손실이 10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수용할 만한 형벌인 셈이다.

게다가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130억달러를 넘었다. 5억5000만달러는 골드만삭스가 2주면 벌 수 있는 액수다.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는 고작 2주간의 수익을 포기하고, SEC로부터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무언의 인정을 받은 셈이니 '남는 장사'일 수밖에 없다.

프라빈 라오 퍼킨스 코이에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골드만삭스는 자신들의 사기 혐의를 부인했으며, 이번에 그를 인정받았으니 큰 승리를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SEC 역시 '사상 최대 규모 벌금'이라는 명목 하에 골드만삭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고 생색을 낼 수 있게 된 만큼 소기의 목적을 달성, 체면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를 통해 금융규제 필요성을 강화시켜 금융개혁안 통과에 일조하게 된 만큼 손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피터 헤닝 웨인주립대학교 법학교수는 "양쪽 모두에게 만족스러울만한 결과"라면서 "SEC는 강력한 제제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골드만삭스에 타격을 가했으며, 골드만삭스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브래드 힌츠 샌포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SEC는 정치적 승리를, 골드만삭스는 경제적 승리를 거뒀다"면서 "골드만삭스나 SEC중 승자가 누구라고 꼽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양측 모두 만족스러워할만한 결과"라고 비꼬았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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