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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세상엿보기]주범은 과속이다

최종수정 2010.08.18 13:31 기사입력 2010.07.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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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에서 일어난 고속버스 참사와 관련해 사고원인을 제공한 경차의 도로상 정차행위에 대한 비난이 크다. 비상점멸등을 켜둔 상태였지만 별도로 후방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하필 중년여성이 경차의 주인이란 점도 비난의 수위를 높여주고 있다.

사망자만 13명이니 유가족들의 입장에선 그녀에게 분노를 토할 만하다. 하지만 대형사고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고속버스의 안전거리 미확보와 과속문제가 훨씬 심각한 문제였다. 실제로 살인적인 속도로 내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삼각대를 설치해본 경험이 있는 운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여성운전자의 삼각대 설치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이후 제2, 제3의 유사한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없다. 안전삼각대 설치 여부는 부수적인 안전조치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꼬리 물기 과속주행이 보편화된 고속도로에서, 고장차량의 후방으로 100m를 걸어가서 안전삼각대를 설치하고 돌아오는 행위 자체가 목숨을 건 모험이다. 시속 100㎞ 이상 달리는 고속도로에선 대형차가 옆 차선을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승용차가 흔들거리는데, 하물며 가벼운 재질의 플라스틱 안전삼각대가 계속 제자리를 지켜준다는 보장도 없다.

직선주로에서 문제의 고속버스를 앞서 달리던 화물차가 경차와 추돌한 후 튕겨나간 것도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사고였다. 같은 차선에서 사고를 목격하고도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재차 경차와 추돌하고 추락한 고속버스의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 그 두 가지만 지켰다면 비상점멸등을 켠 채 정차된 경차를 충분히 목격하고 여유 있게 비켜갈 수 있었다. 후방에 의무적으로 세워두게 돼 있는 안전표지 삼각대도 사고와 인과관계는 있고, 가드레일이 튼튼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지만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세계 6위를 자랑하는 총연장 18.4㎞의 인천대교는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관광명소로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더구나 종종 안개로 뒤덮이는 다리가 아닌가. 이 기회에 심각한 의식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2006년 10월 안개 속에 29중 추돌사고로 11명이 사망했던 서해대교 참사와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전국에 하루 300만개 이상 배송 된다는 택배물량. 퀵서비스 천국에 24시간 음식배달이 가능한 나라이기에 온라인 강국이 되기 이전부터 도로상에서 먼저 물류를 통해 속도의 중요성을 익혔던 셈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까지도 '빨리빨리'란 단어부터 익힐 수밖에 없는 연유다. 일부 젊은이들이 심야에 '자유로' 질주를 통해서 속도 무한대의 해방감을 만끽 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대부분의 고속도로에서 속도감지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선 시속 130㎞ 이상 달리는 승용차들이 즐비하다. 때론 그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행렬 속에 고속버스나 유조차 같은 큰 덩치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니 규정 속도를 지키는 운전자들이 눈치를 보며 주행하는 게 우리 고속도로의 현실이다. 언제 어떤 계기로 어디서 대형사고가 일어나느냐 하는 위험이 시한폭탄처럼 장착된 자동차 전용도로망이다.

올해로 준공 40주년을 맞은 경부고속도로 영광의 역사 뒤안길에는 수십만명이 넘는 교통사고 희생자들의 회한도 담겨있으며, 카레이서 수준의 드라이버들이 양산되고 자동차 내수시장의 기반을 앞당긴 계기도 되었다. 그 발전 속도에 취한 정부가 진작부터 국민들의 의식 속에 안전한 교통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한 결과가 이 같은 참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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