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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와 'B'의 공포에 갇힌 글로벌 경제

최종수정 2010.06.14 09:12 기사입력 2010.06.14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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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1990년대 말 닷컴 버블과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 버블, 그리고 2008년 고개를 든 원자재 버블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금 값.

또 다른 'B(자산 버블)'를 경고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가시화된 후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을 동원했고, 여기서 비롯된 과잉 유동성이 자산 버블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시나리오다. 금고가 부족할 정도로 극심한 금 사재기가 향후 닥칠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예고한다는 얘기다.

#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펌프질을 무색하게 급감하는 M3(광의의 통화)와 선진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 긴축으로 인한 내수 경기 부진과 성장 둔화.

이른바 'D(디플레이션)'의 공포를 경고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M3의 위축은 경험적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나 더블딥(일시적인 경기 반등 후 침체)의 전조로 풀이된다는 얘기.

경제 석학과 정책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다. 지표도 엇갈린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보여주는 금값이 6월 초순까지 파죽지세로 오른 동시에 미국 물가연동채권(TIPS)이 나타내는 인플레 기대치는 지난 4월 3%대에서 6월 2.7% 내외로 떨어졌다.
무게 중심을 'B'에 두든 'D'에 두든 공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걷히기도 전에 유럽 재정 불량국에 또 다른 충격파를 일으킨 것은 버블이다. 반면 두 차례에 걸쳐 '잃어버린 10년'의 수렁에 빠진 일본에서 디플레이션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D의 경고음이 가장 높은 곳은 유럽이다. 대대적인 긴축과 증세 움직임이 물가하락(Deflation)과 불경기(Depression)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감당하기 힘든 부채를 떠안은 국가에 디플레이션은 특히 치명적일 수 있다. 부채의 명목 가치를 높이기 때문. 더구나 기준금리를 1%까지 떨어뜨린 유로존이 물가하락을 차단하고 성장을 부양하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중국과 브라질을 위시한 신흥국은 자산 버블이 이미 위험 수위다. 미국 역시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초점은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이다.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것은 통화정책과 경제 지표가 늘 같은 도식을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남미에서는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급등하고 화폐의 대외가치가 급락하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의 실물 가치가 떨어졌고, 기업 부도가 잇달았다. 하지만 통화 가치의 하락을 우려한 정부는 화폐를 더 찍어낼 수 없었다.

일본 역시 1980년대 혹독한 D의 공포를 경험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화폐를 찍어 대량의 유동성을 풀어냈다. 하지만 물가와 금리는 올라가지 않았고, 엔화의 대외가치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은 어떨까. 지난 2005년,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불어나면서 금융 자산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지만 물가는 지극히 낮았다. 2010년, 18개월째 이어진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에도 시중 통화량은 줄어들고 주택 가격도 내림세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40여년래 최저 수준이다.

화폐가 대량 공급된다고 해서 물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오르고, 화폐의 대외가치가 떨어지는 결과가 공식처럼 진행되지는 않는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화폐(fiat money)를 축적하는 이유는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신뢰가 흔들리면 경제적인 도식도 흔들린다.

남미와 일본의 차이도, 일본과 미국의 차이도 결국 시장의 신뢰로 귀결된다. 유럽의 1조달러짜리 처방이 유동성 경색을 진정시키지 못한 것 역시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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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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