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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 세상엿보기]'휴대용 사랑감지기'

최종수정 2010.08.18 13:28 기사입력 2010.05.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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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두려운 도전상실 사회
소니와 도요타 추락도 같은 맥락


외신에서 손바닥 크기의 '휴대용 사랑감지기'를 앞에 둔 채 데이트를 즐기는 이스라엘 남녀를 보고 드디어 인간이 만들지 말아야 할 기기까지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하고 오묘한 이성 간의 감정교류를 기계적으로 분석해 가부를 미리 결정지어 주겠다는 유대인다운 발상이 놀랍다.

마치 사랑도 게임처럼 즐겨보겠다는 신세대의 욕구를 재빠르게 포착한 감각은 높이 사지만, 미팅현장의 테이블에 설치된 그 무심한 기계가 여느 건물 천장에서나 볼 수 있는 화재감지기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표정 없는 온라인 채팅이 '번개팅'이란 오프라인 검증을 거쳐서 정체를 확인해야만 비로소 경계를 푸는 커플들의 심리에 영합한 괴물에 불과하다.

밀고 당기며 탐색하고 때로 토라지고 달래는 초조한 심리변화와 갈라진 사이를 친구나 선후배가 중재하고 화해시키는 과정들을 생략하여 완성된 커플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으랴. 하지만 갈등을 경험하지 않으려는 커플들은 그 감지기를 오히려 시간을 절약해주는 고마운 도우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시간을 두고, 세월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가슴 설레는 추억이 될 순간마저 거짓말탐지기처럼 확인하려는 냉정한 21세기의 상업성. 조마조마해야 할 미팅이 속도전의 대상으로 전락된 셈이다. 사랑 하나를 얻기 위해서 모든 걸 걸고, 그걸 잃지 않으려고 모든 걸 버릴 수 있었던 연인들의 얘기가 없었다면 소설과 영화들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겠는가.
이런 기계의 발명이 사람들에게서 앗아갈 무한한 상상력과 시행착오의 과정. 센서에 의존하여 예단하고 포기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추구할 데이트도 삶도 아니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외래속담이야말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불어넣어 준 효과가 있었다.

서울 남산타워 부근에 올라가면 수만개의 기기묘묘한 형태의 자물쇠들이 연두색 철망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걸 만날 수 있다. 그 자물쇠들은 입 다물고 다만 느끼게만 해준다. 실시간으로 감정의 변화를 체크하는 얄미운 전자 사랑감지기보다 무뚝뚝하게 걸려 녹이 슬어가는 무쇠자물통 하나에서 훨씬 묵직한 사랑의 감정을 음미하게 될 것이다. 열쇠는 누가 가졌고 언제 그게 열릴지 기약할 수 없는 저마다의 애틋한 도전스토리를 간직한 자물쇠들. 그걸 둘러보면서도 가슴에 미진이 일지 않는다면 분명 그 심장 어딘가는 남모르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휴대폰, MP3, 카메라, GPS, 인터넷, 게임, 전자책이 하나의 기기 속에 결합되는 시대. 어디까지 스마트폰의 진화가 계속될지 예측할 수 없으나, 사랑의 하트 칩은 결코 그 공간에 수용할 수 없다. 아니 그렇게 하면 참으로 비인간적이다.

도요타 리콜사태 이후 일본경제의 부흥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일본의 지나친 국가채무, 인구 3명당 1명꼴인 노령인구의 부담, 좀처럼 지갑열기를 꺼리는 소비습관 등을 예로 들고 있지만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일상에서 도전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군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가족과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비장했던 사무라이 정신. 미국을 상대로 감히 전쟁을 시작했던 대본영의 만용. 명령 하나로 수직강하를 해냈던 20대의 가미카제(神風)들. 가죽 가방 하나만 들고 태평양 너머 오지를 개척했던 무역상사의 젊은이들. 까짓 초밥하나에도 인생을 걸고 1인자가 되겠다고 밥알을 세는 장인들. 이런 일본의 상징들이 잊혀져가는 과정에서 소니와 도요타의 추락을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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