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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현금살포 출산 대책의 한계

최종수정 2019.04.01 13:23 기사입력 2019.04.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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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노예를 생산해야 하나요?"

지난달 28일 통계청은 '2017~2067년 장래 인구특별추계'를 통해 자연 인구 감소가 당초 예상보다 10년 빨리,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당장 이를 우려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관련 기사에 붙은 네티즌들의 여론은 싸늘했다. 순공감 수가 많은 댓글 제목 가운데 하나가 위와 같았다.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 출산율이 0.98을 기록하면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자연 인구 감소가 올해부터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상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2017년 현재 5136만명에서 2028년 5194만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감소하기 시작해 2067년에는 3928만명까지 줄어든다. 이는 1982년 우리나라 인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추세라면 약 80년 뒤인 2098년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의 절반인 2559만2000명까지 뚝 떨어진다. 당장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민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걱정하거나 출산을 독려하자는 의견보다는 누구 좋으라고 아이를 낳느냐는 댓글이 주류를 이루고 상당수 네티즌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세워봤자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지금 젊은 세대의 눈에는 출산은 곧 노예 생산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봤자 가정이 행복해지기는커녕 장래 아이의 삶조차 막막해질 것을 생각하니 출산이 꺼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출산 장려금을 몇 푼 쥐어준들 젊은 세대들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는 현금 살포성 저출산 대책에 의존해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저출산 예산은 143조원에 달한다. 예산의 대부분은 양육수당, 출산장려금과 같은 단순한 현금 지원에 쓰였다.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43개 광역ㆍ기초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추진 중인 저출산 대책 사업은 842개에 총 예산은 8992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현금 지원 사업은 434개로 전체의 51.5%를 차지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7044억2000만원으로 전체의 78.3%에 달한다. 저출산 예산의 80%가 현금 지원성 사업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아이를 낳았다고 수백만 원을 쥐여주거나 매달 육아수당으로 수십만 원을 지급해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마음먹은 젊은이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다. 지금 세대들은 취업이 어렵고, 취업해도 결혼해서 정착하기까지가 까마득한데 아이를 낳아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출산은커녕 결혼조차 인생의 상당한 도전으로 느껴질 뿐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통계청 발표 직후 정부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팀장으로 범부처 인구 정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 있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조차 컨트롤타워로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저출산 문제는 현 정부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일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인구 절벽을 심각한 재앙으로 인식한다면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해 보인다.




강희종 경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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