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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김정은의 '판의 미로'-세 가지 과제

최종수정 2019.03.04 09:18 기사입력 2019.03.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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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부장] 하노이 핵담판의 결렬은 결론부터 말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불계승이었다.


2월27일 북ㆍ미 정상회담 첫 만찬 행사를 하루 이틀 앞둔 시점의 일이다. 국내 외 대부분의 언론들은 '스몰딜'이냐 '빅딜'이냐의 문제지 어떤 형태로든 하노이 선언문이 합의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를 생각이 없다"는 반복어도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밀밥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현지 외교소식통을 통해 들어오는 회담 분위기는 전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상회담 날짜가 코앞이지만 실무회담에서 아무 것도 합의되지 못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구체적인 정황이 들려왔다. 미국이 북한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도착 후 두문불출하는 이유도 고심의 폭이 깊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심지어 중요한 것은 비핵화이지 종전선언이 문제가 아니라는 소식도 들렸다. 북ㆍ미가 아직 비핵화 용어에 대한 정의, 범위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래도 대부분 언론들은 어떤 형태로든 북ㆍ미가 합의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의 속내를 몰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강하게 몰아 붙여서 답을 주면 좋고, 아니면 판을 깰 수도 있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과정들을 잘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일괄타결(그랜드 바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 참모들은 일괄타결 가능성을 제로로 전망했다고 한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만이든, 오판이든 간에 결국 북ㆍ미는 간극을 좁히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김 위원장은 절박했다. 지난달 28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나온 "우리에게는 1분이라도 귀중하다"는 발언은 그 절박함을 대변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처럼 판을 뒤집겠다는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플랜 B'가 없었다는 의미다.


영변 핵시설 폐기만 던져주면 어느 정도 상응조치를 따낼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애초부터 판을 깰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불계승인 이유다.


앞으로 김 위원장의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노이 핵담판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판타지 영화 '판의 미로'를 보면 지하왕국을 탈출한 공주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처지가 공주와 다르지 않다.


첫 번째 과제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도 밝힌 '새로운 길'을 선택하느냐다. 사실상 판을 뒤집겠다는 선택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아직 난망하다.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되돌아가기도 버겁다. 아직 추가 협상의 여지도 남은 탓이다


두 번째 과제는 미국의 일괄타결 눈높이를 과연 맞춰야 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깨는 바람에 더 이상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는 가이드라인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영변 카드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졌다. 복잡하고 다양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지막 과제는 정말 난감하다. 영변 외 제3의 고농축 우라늄시설의 사찰 및 검증을 받아들이더라도 핵ㆍ미사일 및 관련 시설의 리스트 신고를 포함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상응조치로 제재해제 조치를 얻어낼 수 있는 최종 선택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에게 폭격 가능한 좌표를 그대로 넘겨준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제다. 미국과의 신뢰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풀어야 할 '판의 미로'이다.




정완주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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