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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카풀' 文대통령이 결단할 때다

최종수정 2019.01.23 07:01 기사입력 2019.01.0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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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 스마트폰에 반드시 설치하는 어플리케이션이 그랩(Grab)이다.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주위에 등록된 '그랩 택시'들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다.

가격과 도착 예상 시간이 제시되면 사용자는 이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하지만 대상 차종이 다양하고 고객의 선택권이 훨씬 넓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랩 택시에는 실제 영업용 택시도 있고 일반 승용차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오토바이도 이용할 수 있다. 그랩은 동남아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엔 필수앱이 됐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업 가치도 110억달러(약 12조2000억원)를 웃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8개 나라 235개 도시에 진출했다.

'동남아의 우버'라는 별칭도 따라붙는다. 미국의 대표적인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때 그랩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결국은 손을 잡았다. 우버의 동남아 사업권을 그랩에 넘기면서 그랩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장황하게 그랩의 성공담을 늘어놓은 것은 최근 승차공유 서비스인 카카오카풀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택시 사업자들은 카카오카풀을 허용할 경우 택시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택시업자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카카오카풀은 1년이 지나도록 상용화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는 지난해 8월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언급하며 규제 혁파를 강조한 바 있다. 19세기 만들어진 붉은 깃발법은 영국의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 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며 자동차의 속도와 마차 속도를 맞추도록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법 때문에 결국 영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독일과 미국에 뒤처졌다"며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그토록 비난했던 붉은 깃발법이 카카오카풀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면 택시 업자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택시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을 늦출 경우 우리가 잃어야할 손실들은 너무나 크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하던 한국은 공유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에도 밀리고 있다. 한국은 한때 이들 국가에 IT 서비스를 수출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배워야 상황이 됐다.

동남아 국가들은 유선 인터넷을 건너뛰고 이동통신으로 직행하면서 모바일 분야에서는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고 있다.

한국은 오는 3월 5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지만 지금과 같은 규제 환경에서는 속빈 강정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신 속도만 빠를 뿐 정작 중요한 혁신 서비스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카풀과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택시 기사들의 우려대로 전통 택시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 동남아 국가들에서 그런 현상들이 목격된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통해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택시 업계를 승차공유 생태계로 흡수하는 방법도 찾아볼 수 있다. 전통 산업의 붕괴가 두려워 혁신 서비스를 계속 미룰 경우 대한민국은 전세계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문재인 대통령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스스로 붉은 깃발법을 뿌리뽑는 결단을 보여줄 때다.

강희종 경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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