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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득주도성장은 신기루다

최종수정 2018.12.05 14:28 기사입력 2018.11.0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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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경제부장

조영주 경제부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그 성장전략은 '선언'에 그칠 것이라고 믿었다. 설마 했다. 그 설마가 사람, 아니 국가경제를 잡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얘기다.

소득주도성장론의 골격은 단순하다. 가계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의 생산과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가설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경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방식의 정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전제가 있어야 한다. 폐쇄경제가 첫 번째다.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 비중이 매우 낮고 내수만으로 경제가 순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경제구조여야 한다. 또 하나는 기업인은 물론 모든 경제주체가 선의(善意)로 행동해야 한다. 돈을 벌더라도 타인을 위해 무거운 세금을 너그러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들 전제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굳이 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국 경제가 성장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개방경제다. 다른 말로 수출이다. 무역을 통해 기업이 돈을 벌고, 정부는 세금을 걷어 재정을 꾸린다. 한국에선 수출이 경제성장의 첫 단추다. 첫 단추를 끼우지 않고는 국가예산을 편성할 세금도, 가계가 쓸 자금도 마련되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론에서 이상과 현실은 괴리한다. 한국 경제 상황이 과연 이를 감당해낼 만큼 괜찮은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당장 한국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중국ㆍ동남아 기업들에 시장을 내줘야 하는 한국 기업들이 대다수다. 자동차와 조선은 이미 구조조정 중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착시다. 수출을 통해 쌓은 부(富)는 나라 안팎 상황에 따라 언제든 급감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다.
개방경제에서는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하다. 포천지가 발표한 올해 매출 규모 기준의 세계 100대 기업을 살펴보면 10년 만에 43개가 바뀌었다. 10년 전만 해도 세계 10대 기업에서 중국 기업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올해는 중국 기업 3개가 톱10, 그것도 2~4위에 올랐다. 한국 기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과거 개발독재와 정경유착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성장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다져진 불평등, 불공정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던 데에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경영인들의 공헌이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기업인들을 존경하지는 못할망정 삿대질을 할 처지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성장을 분배정책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분배와 소득주도성장을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으로 정의한다. 이제는 '포용성장'이라는 말까지 빌려 쓴다. 이 모호함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의 단초가 아니었을까 싶다.

불평등은 분배정책으로, 불공정은 공정경제로 풀면 된다. 성장은 기업을 통해 이뤄야 한다. 분배를 강화할수록 성장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규제를 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선순환이 가능하다. 어쭙잖게 성장정책에 분배를 갖다 붙이면 분배도 성장도 모두 잃을 수 있다. 차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소한 이 정도 사리(事理) 분별은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조영주 경제부장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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