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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감성여행]동해바다 참가자미 낚시

최종수정 2018.08.27 14:01 기사입력 2017.06.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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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한점 입에 넣고 오득오득, 그 위에 소주 한 잔 털어넣을 때 캬~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 가자미 낚시법에 대해 아는가 ㅋ

말하건대 동해바다 위에서 가자미를 낚시하는 법에 대해서 나는 말할 게 별로 없다. 낚싯줄을 드리우기가 무섭게 퍼득이는 참가자미들을 연신 끌어올리긴 했지만, 거기에 내 노하우라든가 실력이 개입되었다고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 동해바다가 물 반 가자미 반이라는 것을 거기 가서 알았다.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옆에 앉은 일행에 비해 조황(釣況)이 낫다 싶으니 경박하게도 금방 우쭐해지는 걸 참기 어려웠다. 고기가 물지 않아 시무룩해 있는 옆자리 친구를 향해, 고패질(줄을 들었다 봤다 하는 것)은 안하는 게 좋은데? 자리를 조금 이동해 보시지? 따위의 되도 않은 훈수까지 두고 싶어진다.
낚시를 한다고 다 강태공처럼 마음 수양이 되는 건 아니렷다. 어신(魚信)을 기다리며 깊은 물 속을 읽어 내려가는 고즈넉한 마음이 아니라, 뱃전에 치는 파도처럼 출썩이는 심사인 걸 어쩌랴.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 수면 위에 100배 크기로 뜬 자신을 낚아봤는가


동해바다 낚시는 참가자미 외에도 건지는 무엇이 있다. 우선 바다 저편에 섬이라고는 없는, 시원한 난바다를 보는 게 서해안이나 남해안과는 색다른 맛이 있다. 녹색을 지나 청색으로 갈아입은 깊은 바다 물빛은 마음까지 청정하게 만들어준다. 숨을 데 없는 햇살들이 바다로 그냥 내려앉아 파도와 함께 뛰어 뱃전으로 반짝거리며 달려오는 장관 또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오직 물 뿐이라는 것, 그 텅빈 수면 위에 자신의 환영(幻影)을 100배쯤 키워 눕혀보는 일. 출렁임을 온 몸으로 느끼며 무한 속으로 부유(浮遊)하는 일. 낚시꾼이 본업 대신 벌이는 부질없는 해찰에 가깝지만, 동해에서만 가능할 듯 싶은 명상의 호재들이다.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물과 바람과 하늘과 햇살. 배 위의 세상은 그 네 가지가 만들어내는 향연이다. 물은 푸르고 서늘하고 유연하다. 바람은 물을 밀고 당기면서 형상을 만들어 춤을 춘다. 하늘은 바다를 보고 거꾸로 누웠다. 바다가 그렇듯 하늘 또한 스스로를 비워 내준다. 그 속에 구름이 들어차고 그 속에 바람이 달려나가며 그 속에 햇살이 머리칼을 푼다. 비어있는 것들과 움직이는 것들, 그러나 어느 것이 어느 것을 베거나 해치지 않고, 오롯이 공존하여 동해 풍경을 만들어낸다.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 갯지렁이가 되어 가자미에게 먹혀보니

철없는 생각이겠지만 나는 갯지렁이가 되어본다. 어느 날 아침 바람이 상쾌하여 바위 위로 나왔다가 갈퀴같이 생긴 손에 붙들렸다. 나는 작은 상자 속에 갇혀 어딘지도 모르고 이 바다까지 항해해왔다. 갑자기 상자가 열리는 바람에 나는 눈이 부셔 몸부림쳤다.

목장갑을 낀 손이 다가와 나를 집어올리더니 허리를 반쯤 끊어 물음표를 뒤집어놓은 것 같은 날카로운 철사에 내 몸을 꿴다. 물론 나는 죽을 지경이다. 피를 철철 흘리며 생을 한탄하다 보니, 내 몸이 갑자기 바닷물 속으로 쑥 들어가는 걸 느낀다.

내 옆에는 나의 가벼운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원뿔 모양의 검은 쇳덩이가 족쇄처럼 매달려있다. 나는 동해 바다의 밑바닥에 가 닿는다. 이쯤에서라도 살아보려고 나는 낚시바늘 위에서 버둥거린다.

그때 해저에 납작하게 누워있던 가자미떼가 덤벼든다. 가장 먼저 달려든 놈이 나를 물었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나보다 더 불쌍하게 된 놈은 그 가자미였다. 나를 채 먹기도 전에 그 벌린 입이 철사에 꿰어지면서 하늘로 치솟는 게 아닌가. 밑밥 신세인 내 팔자도 그리 순탄한 건 아니지만 자네도 참 딱하이.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동안 우리는 함께 솟구치는 줄에 매달려 배 위로 올라온다.

문득 인간들의 환호성이 들리고 손 하나가 다가와 바늘에서 가엾은 가자미의 주둥이를 빼준다. 그런데 그 뿐이다. 나는 그대로 거기 꿰어진 채 다시 바다로 직행이다. 으악.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 느꼈어요?

참가자미는 곱고 노란 줄이 몸에 있다는 것, 물가자미는 주둥아리만 크다는 것, 초보 낚시꾼들을 몰고나온 선장님의 선상 강의는 노래방의 메들리 노래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도마 위에서 막 잡은 가자미의 비늘을 쓱쓱 긁고 아가미와 지느러미를 따면서도, 천연덕스런 강원도 본토 사투리로 엮는 얘깃솜씨가 파도를 타듯 리드미컬하다. 처음에는 다 도와주다가 조금씩 자율(自律)로 맡기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아, 갯지렁이 쯤은 이제 직접 끼울 수 있잖아요. 저 고운 여인네 것도 좀 끼워주구려. 이런 식이다.

선장님의 열강 중에서 가장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은 손맛 부분이다.

‘느꼈어요?’

이 한 마디의 함의다.

최소 20미터 이상의 수심 저 아래서 손바닥보다 작은 가자미 하나가 흔드는 그 경련을, 줄을 쥔 손이 알아채는 것, 그게 느끼는 것이다. 느끼는 일은 쉽지 않다. 우선 집중해야 하고 스스로 고요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섬세하고 예민해야 한다.

왜 내 낚싯줄에는 안 물리나 싶어, 답답한 마음에 무심코 올려보니 양쪽에 두 마리가 퍼득거리고 있다. 머쓱하기 짝이 없다. 스스로의 둔감을 숨기느라, 느낀 척 하는 중인데, 선장님은 이미 다 파악하는 눈치다. 그냥 당겨올려보는 것도 좋아요.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니깐요. 내 불감증을 낚시바늘에 갯지렁이 꿰듯 꿰고 있다.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 '고소하다'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고소하다. 이 형용사는 참기름이나 참깨의 맛을 표현하는데 쓰기도 하지만, 남이 못된 일에 대해 은근히 기뻐하는 것에도 쓴다. 참 얄궂은 용례(用例)다. 고소함이란 은밀하게 집약된 즐거움을 표현한다.

그런데 참가자미회를 먹으면서 느끼는 고소함은, 앞의 맛들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해야할 것이다. 참기름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가자미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막 살아있던 뼈와 살이 생기를 유지한 채 인간의 입 속에 들어올 때 내는 그 애틋한 기미, 그게 바로 ‘고소함’이다.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 김홍도 '주상관매도'의 취한 늙은이처럼

뒤집어 보면 참으로 잔인하고 야만스런 욕망이지만, 그 고소함이 감미로운 기억으로 남는 게 사실인 걸 어쩌겠는가. 고소한 참가자미 회 한점을 입에 넣고 오득거리며 그 위에 소주 한 잔을 털어넣을 때, 절로 터져나오는 ‘캬아~’ 소리는 잊지 못한다. 문득 김홍도 그림이던가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속에 들어가 앉는 기분이다. 쪽배 위에서 술취한 늙은이, 지금 참이슬 마지막 잔을 아깝게 들이키는 중이다. 참가자미는 옆에 아직 많이도 남았는데...

동해 참가자미 낚시여행@binsom


# 동해 참가자미 낚시 tip

1. 6월부터 9월까지가 참가자미 배낚시 피크
2. 여름 참가자미는 겨울 어구가자미보다 회맛이 훨씬 좋음
3. 배낚시는 1인당 2만원-6만원, 오전과 오후 2회 출조하는 경우가 많음
4. 배낚시 장비는 대개 무료 제공, 낚싯배에 설치된 전동릴과 낚싯대 이용
5. 미끼인 청갯지렁이와 1천원 짜리 목줄채 비용만 추가
6. 낚시요령은 청갯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바닥까지 내린 뒤 채비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원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것.
7. 들었다 놨다 하는 고패질은 하지 말 것. 참가자미는 채비가 바닥에 닿아야만 입질하기에 고패질 하면 안 문다.
8. 낚싯대 끝이 후두둑 떨다 멈추면 걸린 것. 참가자미는 물자마자 심하게 앙탈을 부린 뒤 곧 얌전해지므로 초릿대가 두번 흔들리면 두 마리, 세번 흔들리면 세 마리가 걸린 것으로 보면 된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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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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