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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봄에 만나는 땅속의 보물 '묵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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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봄에 만나는 땅속의 보물 '묵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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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24개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을 절기라고 하여 우리달력에는 24절기가 있다. 3월 봄이 되면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을 시작으로 봄을 나누는 춘분을 지나 4월 봄에는 제대로 맑은하늘을 볼 수 있는 청명이 이어진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만큼 이른 봄부터 봄나물이 주인공이 되어 밥상에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봄나물을 즐기기엔 4월이 제철이다.

노지에서 캔 냉이, 달래, 부추뿐 아니라 산나물도 나오기 시작하니 진짜 봄나물을 먹기 좋은 때이다.


그러나 우리집 마당에는 봄나물보다 더 기다리게 하는 것이 있다. 지난 겨울을 보내고 꽁꽁 언 땅이 녹아 땅을 파는 날만을 기다렸다. 지난 겨울에 숨겨 놓은 보물항아리 속에 김장김치가 묵은지가 되어 있다.


파릇파릇 봄나물에 묵은지를 홀대한다면 손해 보는 일이다. 봄나물에는 풋풋함이 있다면 묵은지에는 농익은 맛이 있다.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번 죽고 , 통배추가 갈라지면서 또 한번 죽고 , 소금에 절여지면서 다시죽고,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돼서 또 죽고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혀 다시 한번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맛을 낸다. 이렇게 다섯 번을 희생하면서 배추는 김치가 되고 묵은지가 되었다.


땅속에 묻혀 김치는 온도가 거의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유산균이 제대로 번식했다. 아삭한 묵은 김치를 쭉 찢어 밥 한숟가락에 올려 먹으면 어느 산해진미가 필요없다. 남은 김치국물 한숟가락이면 몇 년 묵은 체기마저 쑥 내려갈 것 같은 소화제가 된다.


청명한 봄날에 맛보는 묵은지는 그대로 요리가 되고 묵은지 요리는 특별한 양념 필요없이 묵은지가 주재료가 되고 김치 국물이면 양념으로 충분하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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