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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는 호랑이마저 사랑스럽게 그린 주디스 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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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는 호랑이마저 사랑스럽게 그린 주디스 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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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초인종이 울린다. 현관문에 험상궂은 호랑이가 있다. “저기요, 지금 배가 고프거든요. 들어가서 간식을 같이 먹어도 될까요?” 마음씨가 착한 소피와 엄마는 문을 열어준다. 굶주린 호랑이는 집 안에 있는 음식을 몽땅 먹어치운다. 식탁에서 내려와 어슬렁거리며 부엌을 빙 둘러본다. 이쯤 되면 호랑이는 염치없는 불청객. 하지만 그림으로 표현된 외형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해맑게 웃고 있다. 작가의 순수한 마음이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무례하고 탐욕스러운 호랑이마저 사랑스러운 존재로 그려낸 주디스 커가 22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커의 작품을 출판해온 하퍼콜린스는 23일 “대영제국 장교 훈장을 받은 커가 전날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다. 우리나라에서는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The Tiger Who Came to Tea)’로 유명하다. 삶의 시련과 아픔을 가리키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조성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커는 1923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를 피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섬유 디자이너, 미술 교사, BBC 방송 각본가 등으로 활동하다가 육아를 계기로 그림책 작가가 됐다. 그녀는 1971년 '히틀러가 분홍색 토끼를 훔치던 날'을 비롯한 3부작을 발표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전쟁으로 런던에서 빈곤한 삶을 살아야 했던 가족의 경험을 어린이들에게 친절하게 전달했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는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엄마와 딸이 차를 마시는 집에 호랑이가 찾아와 모든 음식을 먹고 떠난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책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에서는 호랑이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히틀러나 나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고 해석했다. 하지만 커는 동물원을 찾았던 경험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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