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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의 만남…가을밤 울린 '고음악계 디바' 임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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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독일문화원 설립 50주년 기념 '소리의 흔적'

임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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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멀리 바라보면 사라질듯 다시 뵈고/ 휘날려 오가는 양 한마리 호접처럼/ 앞뒤숲 후른 버들엔 꾀꼬리도 울어라/ 어룬님 기두릴까 가벼웁게 내려서서/ 포란잔 떼어물고 낭자 고쳐 찌른 담에/ 오질 앞 다시 여미며 가쁜 숨을 쉬도다."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김상옥의 동명시를 가사로 차용해 윤이상이 작곡한 가곡 '그네'가 '고음악계의 프리마돈나' 임선혜의 청량하고 매혹적인 음색으로 울려펴졌다. 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주한독일문화원이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소리의 흔적' 공연에서다. (20일 5시, 21일 2시·5시)

세마치 장단의 '덩덩덕 쿵덕'의 입소리가 마치 건반으로 옮겨진듯한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반주를 타고 임선혜 특유의 투명하고 서정적인 고음이 공연장을 휘감았다. 객석을 가득 매운 청중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10월의 청명한 가을하늘과 맑은 공기가 그의 목소리를 타고 공연장안으로 들어온 듯했다.
윤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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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혜는 이날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초기 가곡 3곡을 불렀다. 이 곡들은 윤이상이 1949년 8월에 출간한 가곡집 '달무리'에 실린 곡들이다. 윤이상 특유의 현대음악적 언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한국적 장단의 흐름이 운치있게 느껴진다. 1940년대 작곡가들은 한국적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전적인 5음 음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윤이상의 초기 가곡에도 이런 흐름이 잘 반영됐다.
이날 임선혜가 니콜라 위르겐젠의 클라리넷 오블리가토로 부른 슈베르트의 '바위위의 목동'은 '아시아의 종달새'라 불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의 진가를 보여줬다. 바위위의 목동은 고도의 가창력이 요구되는 긴 곡이다. 전반부에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목동의 애절한 마음이, 후반부에는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가 밝고 경쾌하게 이어진다. 임선혜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기하듯 때론 세심하고 청아하게 때론 격렬하고 활기차게 노래했다. 곡이 끝나자 청중은 환호와 박수 갈채로 화답했다.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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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을 대표하는 젊은 음악가 피아니스트 김태형,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첼리스트 베네딕트 클뢰크너는 윤이상이 1972년 작곡한 바이올린·첼로·피아노를 위한 3중주를 연주했다. 윤이상이 이곡을 만들었을 당시에는 동백림 사건으로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첼로가 선율이나 소리의 표현보다는 음을 미끄러지듯 연결하는 글리산도주법이나 음을흔드는 트레몰로 주법으로 이어진다. 중간 중간에 피아노 소리는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이 간섭한다. 윤이상이 내세웠던동양적 여백의 정서가 잘 반영됐다.

윤이상은 그토록 그리워한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지난 1995년 독일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타계한지 23년만인 올해 유해가 돼 지난 2월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왔다. 독일과 한국을 이어주며 세계적인 작곡가로 평가받는 윤이상의 곡들을 이날 한국과 독일을 대표하는 아티스들이 연주했다. 주한독일문화원이 지난 50년동안 독일과 한국을 문화로 있는 연결고리가 돼 온 것을 기념하기 위한 뜻이 담겼다. 마를라 슈투켄베르크 주한독일문화원장은 "세심하게 기획된 이번 프로그램에는 주한독일문화원이 그간 음악분야에서 한국과 독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1967년 독일에서 어학강좌를 듣고 있는 한국인 수강생[주한독일문화원]

1967년 독일에서 어학강좌를 듣고 있는 한국인 수강생[주한독일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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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독일문화원은 지난 1968년 1월 괴테 인스티튜트의 한국지부로 설립됐다. 초기에는 고정된 근거지가 없는 상태로 활동을 시작했다. 각종 문화행사와 독일어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1971년 2월 5일 서울 남산에 위치한 본원 터에 주한독일문화원이 자리를 잡았다. 현재 대전과 대구·광주·부산에도 어학센터를 두고 있다. 2004년부터는 북한에서도 프로젝트를 기반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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