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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백년가게] "대통령이 오셔도 특별 대우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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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소매ㆍ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들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을 가진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편집자주>

[한국의 백년가게]④원주 진미통닭
특제양념ㆍ튀기는 노하우 자신
프라이드ㆍ양념 두가지만 고집
방송 탄 후 전국서 손님 몰려
3년전부터 포장 주문 판매만
김영석 진미통닭 대표(오른쪽)와 아내 지금순 부부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활짝 웃고 있다.

김영석 진미통닭 대표(오른쪽)와 아내 지금순 부부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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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장사하는 사람이 팔랑귀가 되면 안 됩니다."

강원도 원주 상지대학교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진미통닭'의 김영석 대표가 말하는 장사 철학이다. 그는 "나에게 맛이 있으면 된다. 다른 가게랑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가게 음식이나 메뉴에 불만이 있는 분들에게는 다른 음식점으로 가시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고객을 홀대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진미통닭만의 특별한 양념 소스와 튀기는 방법, 서비스 노하우 등에 대한 자부심이다. 30년 넘게 사업을 운영하면서 소위 '대박' 음식점으로 자리를 잡은 비결이다.

진미통닭은 1986년 9월에 문을 열었다. 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 두 가지만 판다. 일반 치킨집에서 골뱅이무침이나 기타 메뉴를 추가해 판매하는 것과 다르다.

김 대표는 "가게를 하면서 지인이나 고객들로부터 음식 맛과 메뉴 구성, 프랜차이즈 사업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지만 내가 정한 원칙대로 고집하면서 장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맛이 좋아야 하는 점은 당연한 거고) 장사는 첫째도 청결, 둘째도 청결이며, 특히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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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홀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3년 전부터 포장 주문 판매만 하고 있다. 점포 규모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진미통닭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홀은 포장 주문을 하는 고객들이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대기실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주말에는 하루에 100마리 이상을 판매한다"며 "전체 손님의 70~80%가 원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고객들"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가게를 방문한 날에도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부모님을 위해 서울에서 이곳까지 내려와 치킨을 주문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미국 캔자스시티로 이민을 가 살고 있는 70대 한국인들, 브라질에 거주하는 쌍둥이 형제 등 해외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공통된 점은 우리 매장에서는 어디서 온 손님이든지 음식을 싸가야 한다는 게 법이다. 대통령이 오셔도 똑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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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성공한 창업가로 방송에도 출연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김 대표도 창업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젊은 시절 직장 생활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다. 이후 20대 말에 자영업의 길로 들어섰다. 슈퍼마켓을 운영해봤지만 1년도 못 해보고 문을 닫았다.

잠도 못 자고 힘도 많이 쏟으면서 열심히 일했지만 남는 게 없었다. 이후 신문을 통해 바비큐 기술 이전 광고를 보게 되면서 닭과 인연을 맺게 됐다.

김 대표는 "당시 바비큐 음식점이 유행했는데 수십 곳을 다니면서 음식 맛도 살펴보고 소스도 직접 만들어보고 준비를 한 끝에 '바비큐 그릴'이란 상호로 창업했다. 하지만 역시 1년도 채 안 돼 문을 닫았다. 이후 일반 통닭 가게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욱 발품을 팔면서 재료와 조리 방법 등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그리고 진미통닭이란 상호로 새롭게 시작했다. 고춧가루 등 식자재를 공급하던 진미상사에서 상호를 진미라고 지으면 어떻겠냐고 해서 진미통닭으로 정하게 됐다고 한다. 닭은 하림에서 공급받고 있다.

단골고객이 조금씩 늘어갔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대거 생기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김 대표는 "적자가 나면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결국 고객들이 다시 우리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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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름도 옥수수로 만든 것으로 바꿔보고, 튀길 때 바삭한 식감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재료도 연구하고, 포장할 때도 바삭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등 고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온도와 습도 등 날씨에 따라서도 튀길 때 맛이 달라지는데 이를 잘 조절하는 노하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TV 인기 프로그램이던 '백종원의 3대 천황'에 소개되면서 전국구 맛집으로 거듭나게 됐다. 또 정부가 선정하는 '백년가게'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김 대표의 나이도 60대 초반이 됐다.

김 대표는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가게에서 함께 일하면서 든든하게 곁에 있어준 아내에게 늘 감사하고 있다"며 "30대 초반인 아들도 가게에 나와 일하고 있는데 대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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