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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의 Aging스토리]②내집에서 살다 죽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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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공동체 마을에서 함께 생활하는 노인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일본의 공동체 마을에서 함께 생활하는 노인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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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고령화시대 노인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한 때 주목받았던 '시니어 코하우징(Senior Co-housing)'에 대한 열기도 이젠 시들합니다.
노인들이 혈연에 의지하지 않고 이웃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거주 형태로, 거주자 전원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 공간과 각자 주거하는 공간이 따로 있어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었습니다.

또 은퇴 후 연장자가 가진 유휴 인적자원과 사회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면서 노인 부양시설의 입주를 늦출 수 있어 노인 부양에 드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엇비슷한 환경의 사람들끼리 함께 생활하면서 정서적 지원과 상호 부양을 통해 노후생활의 질이 향상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①시니어 코하우징 살만할까?'편에서 소개했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드고즈그룹펜 코하우징'도 그렇고, 일본의 시니어 코하우징 '콜렉티브 하우스'와 한국의 시니어 코하우징 '실버타운'도 고령자들이 나름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더 나이 들었을 때 드러납니다. 의료·간병의 문제가 고령자(은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면 '고령자'라고 하는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고령자를 전기와 후기로 구분합니다. 만65세부터 74세까지를 전기고령자, 75세 이상을 후기고령자로 구분합니다. 본격적인 거동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후기고령자의 의료·간병 문제에 집중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전기고령자 중에 간병이 필요한 사람은 3% 정도지만, 후기고령자는 23%가 간병을 필요로 합니다. 2025년이면 일본의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세대가 모두 75세를 넘어서면서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738만명인데 전기고령자(416만명)가 후기고령자(322만명)보다 아직은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도 20년 후인 2038년부터는 역전돼 후기고령자가 826만명(156%)으로 늘어나고, 전기고령자는 820만명(97%)으로 증가합니다.

이런 속도로 후기고령자가 늘어나면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긴 고령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부족한 상태가 됩니다.

75세가 넘어가면 병을 완전히 치료하기보다는 더 이상 건강이 악화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만성질환자가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악화를 막기 위한 치료 행위도 요양병원 등에 장기 입주해 생활하는 것보다 정든 동네나 내집에서 살면서 필요할 때 통원하면서 통증을 완화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까요?

통계청의 고령자 통계를 살펴보면, 고령자가 자녀와 떨어져 사는 이유로 '따로 사는 게 편해서(30.8%)'가 가장 많았지만, '독립생활이 가능(28.2%)'해서라는 답변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결론은 따로 사는 것도 혼자 움직이면서 생활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의 독립생활이 불가능(37.5%)'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결론은 완전히 움직일 수 없을 때는 요양시설이 필요할지 몰라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내 집에 살면서 죽어 가는 것을 원한다는 말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요양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인 고령자 수는 60만명을 넘습니다. 조만간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었고, 고령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일본을 비롯한 북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요양시설 대신 가정과 지역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이유입니다. 노후생활과 죽음에 대한 준비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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