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의 Aging스토리]노년의 '소통'은 '위험' 수준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노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들일까요? 경제적 여유, 건강, 사회적 관계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에 따라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는 서로 다르겠지만 100세 시대에는 '사회적 관계'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노년의 가장 큰 고통은 '돈'이 없는 것보다 '외로움'이라고 합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지만 사회적 관계가 원만한 사람은 혼자 살아도 비교적 외로움이 덜한 편입니다. 노년의 삶은 더하겠지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서울과 수도권,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5~74세 남녀 비은퇴자 1953명과 50~74세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8'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4.5점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를 평가하는 활동과 관계실행점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퇴 후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등을 위한 활동을 평가한 활동실행점수는 44.2점으로 '위험' 수준이었고, 노후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평가한 관계실행점수는 59.8점으로 '주의' 수준이었습니다.

재무·건강·활동·관계 등 4개 영역별로 실행점수를 평가했는데 경제적 여유를 누리기 위한 재무실행점수가 67.8점으로 그나마 가장 높았습니다.

노후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은퇴연구소의 분석입니다. 활동과 관계는 '소통'의 핵심입니다. '위험' 수준인 활동실행점수는 2014년 53.5점, 2016년 48.4점에서 올해는 44.2점으로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가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고, 은퇴 후 여가를 함께 보낼 인적 네트워크의 축소 때문입니다.

관계실행점수도 2014년 62.8점에서 2016년 59.2점으로 낮아졌다가 이번에 59.8점으로 약간 나아졌습니다. 관계실행점수는 부부의 파트너십, 자녀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평가했는데 부부관계는 각자의 역할 분담과 협력, 부부간 갈등해소는 최근으로 올수록 향상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러나 자녀와의 소통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부터 은퇴 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녀와의 소통도 노년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은퇴연구소는 "자녀세대가 독립한 후 부부끼리 노후를 보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관계 내에서 '부부중심성'이 더 강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노인문제 전문가는 "소통의 첫 걸음은 '배려'이고, 배려의 첫 걸음은 '듣기'라고 한다. 노인들의 가장 심각한 단점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는 것"이라면서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사람보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잘 들어주는 사람이 소통의 달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