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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낫/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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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날이 휘어지고 있다

찌르지 못하는
뭉툭한 등을 너에게 보이면서
심장이 있는
안으로 구부러지고 있다
팔처럼
날은 뭔가를 껴안으려는 것 같다
푸르고 둥근 줄기
핏줄 다발이 올라가는 목이
그 앞에 있을 것만 같다

뜨겁고
물렁한 것이 와락 안겨 올 것 같아
날은 몸을 둥글게 말아
자꾸 웅크리고 있다

[오후 한 詩]낫/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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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당신에게 등을 보였던 까닭은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미워서도 아니었습니다. 행여나 당신과 눈이 마주치게 되면 당신에게 다시 달려갈까 봐 싶어서였습니다. 당신에게 달려가 어쩌면 독한 저주의 말을 남길까 봐 두려워서였습니다. 아니 그보다 당신에게 매달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고 속말을 내뱉을까 봐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러질 못했습니다. 대신 지금도 "핏줄 다발이 올라가는 목" 한가운데가 날선 낫에 베인 듯 뜨겁습니다. "뜨겁고" "물렁한 것이" 온몸에 맺혀 "자꾸 웅크리고 있"습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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