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갈등 심한데 … 교육청은 '혁신학교 전환' 강행

기초학력 저하 우려에 학부모 반대 잇따라

일부 학교 계획 철회에도 교육청 "중장기 계획 변함없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 전환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교육현장에선 혁신학교로 전환하려는 학교 측과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반대에 부딪힌 일부 학교는 전환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교육청은 현재 16% 수준인 전체 학교 중 혁신학교 비율을 2022년까지 19%로 올리겠다는 계획인데, 이것이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교육청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중장기 기본계획에서 달라진 건 없다"며 "올 하반기 신규 혁신학교 15곳 정도를 지원할 예산도 세워 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몇몇 학교에서 신청을 철회하는 등 잡음이 많이 나오자, 교육청이 기본계획을 크게 수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 이를 부인하는 취지다.

앞선 17일 서울 강남구 대곡초등학교는 교장ㆍ학부모 긴급회의를 가진 뒤 혁신학교 신청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이 학교는 교사 53명 가운데 92.4%가 찬성하면서 혁신학교 신청을 학교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반대 모임을 결성하고 집단시위를 예고하자 학교 측이 계획을 포기한 것이다.

강남 개일초도 학부모 반발에 부딪혀 신청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광진구 양진초는 찬반 의견을 묻는 가정통신문을 보냈지만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서명운동까지 벌이자 결국 신청을 포기했다.

혁신학교는 2009년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 등 진보 교육감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토론과 체험 위주 수업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학습하는 창의교육,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학교를 지향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교과 수업을 소홀히 하다보니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사교육업계 관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을 준비하는 강남 지역에서는 혁신학교를 기피하는 반면, 운영지원금이 필요한 오래된 학교나 뉴타운 지역에서는 혁신학교를 선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학교의 장ㆍ단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가 일방적으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불만도 높다. 은평구의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의견 조사서를 보내왔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O, X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었다"며 "수업이 어떻게 바뀌는지, 시험이나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정보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육당국은 혁신학교의 성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2011년 도입돼 8년 정도 지난 만큼, 이제는 그 효과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업성취 수준을 포함한 운영평가, 진로교육 관점에서 본 교육성과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한편 혁신학교 전환이 아니라 아예 혁신학교로 '신설되는' 사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내 신설학교인 해누리초ㆍ중학교를 교육청이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다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다른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 들어서는 학교들이 학부모 동의 없이 혁신학교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교육청은 신설학교의 경우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면서 구성원 협의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