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멕시코 때 아닌 ‘기름난’…마약 카르텔이 송유관 절도 주도
지난해 송유관 절도사건만 1만2500여 건, 피해 금액 3조3675억 원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고요한 멕시코 중부 이달고주의 들판에서 돌연 기름 기둥이 솟았다. 유전의 발견이 아니라 기름 도둑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은 것. 순식간에 한적한 들판은 기름을 받아가려는 인파로 아수라장이 됐고, 이내 구멍 난 송유관에 불이 나 현재까지 사망자 수만 85명에 이르고 있다. 누가 이런 대담한 범행을 주도한 것일까?
갑자기 솟아오른 기름 기둥 소식에 일대 주민 800여 명이 몰려 주전자, 양동이 등으로 새어 나온 기름을 퍼 담는 데 여념이 없던 사이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번졌고, 온몸에 기름이 묻은 사람들은 곧바로 화염에 휩싸이며 들판 일대가 불지옥으로 변했다.
주민들이 화재 참사의 피해자가 된 배경에는 현재 멕시코 내 기름 부족 사태가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의 기름 절도를 근절하겠다며 곧장 멕시코 내 주요 송유관 6개를 가동 중단하고 열차와 트럭으로 기름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20일(현지 시간) 오마르 파야드 이달고 주지사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85명, 부상자만 최소 72명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오마르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연료 절도에 연루되지 말라. 이는 목숨을 건 도박이며 당신과 가족의 삶을 위험하게 만든다”고 사고 현장에 향하던 시민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멕시코 검찰은 사고 원인을 구멍 난 송유관 주변에 몰린 인파로부터 발생한 정전기로 추정하고 있으며, 송유관에 구멍을 뚫은 기름 도둑의 신원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기름 도둑의 배후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지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무수한 송유관 기름 탈취 사건의 범행 주체였던 이들은 국가 차원의 마약 단속이 강화되자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국영 석유 기업 페멕스 등 대형 석유회사의 송유관을 노린 범죄를 자행해왔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송유관 역시 페멕스 소유의 송유관으로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2017년 현지 언론 레포르마는 멕시코 내 송유관 절도가 빈번히 일어나는 중부 푸에블라주의 ‘레드 트라이앵글’ 지역을 2개의 마약 카르텔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이 점조직 형태로 각 지역에서 절도-유통-판매의 역할을 분담하는 한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송유관 절도 방법과 유통시장 교육을 주도하는 등 기업형 기름 절도를 일삼고 있다고 심층 보도했다.
페멕스가 2015년 집계한 석유 도둑의 송유관 구멍만 5574개에 달했고, 지난해 멕시코에서 발생한 송유관 절도사건만 1만2500여 건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한 피해 금액만 지난해 추산 30억 달러(약 3조 3675억 원)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 발생 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폭발 사고 피해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유류 절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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