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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발論' 꺼낸 오세훈, 무상급식 자충수 악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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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발 논의 필요" 발언 다음 날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사안이라"…핵개발 논란 자초, 무상급식 투표 역풍 떠올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 사안이기에 앞뒤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마치 제가 핵개발하자고 주장한 것처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4일 핵개발 발언 논란을 진화하고자 노력했다. 발언의 뜻이 왜곡됐다고 주장했지만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 전 시장의 자충수가 된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태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앞서 오 전 시장은 23일 '한국당 북핵 의원모임 세미나'에서 "우리가 당론인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어 핵개발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촉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북핵 의원모임 세미나'에 참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북핵 의원모임 세미나'에 참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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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시장이 2월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핵개발이라는 민감한 화두를 던진 것 자체가 '정치적인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 전 시장은 "옵션을 넓히는 게 외교안보에 전략적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설명한 것도 논란을 자초한 원인이다. 그의 주장과는 달리 한국이 핵개발 추진 의사를 드러내는 순간 국제적으로 큰 파문이 일 수밖에 없다. 핵개발 추진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의 핵 공조도 흔들릴 우려가 있다.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지는 선택이다. 미국 반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행동은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할 때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단견(短見)이라는 얘기다. 일본의 '핵무장' 주장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오 전 시장은 비판이 이어지자 "우리가 좀 더 결기를 보임으로써 미국 정부가 북핵 폐기에 더 나서도록 하고 중국 정부도 북한 핵을 없애야겠다는 결심을 유도할 수 있도록 야당 입장에서 문제제기할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는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복잡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 순진무구한 주장이다.

주목할 부분은 핵개발 발언이 사실상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3월 한국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원유철 의원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북한보다도 강력한 핵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식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식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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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는 2017년 9월 "우리가 살길은 이제 핵무장을 통해서 남북 핵 균형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핵개발 카드는 여론의 시선을 모을 유용한 수단이지만 책임정치인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핵개발 카드를 꺼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의미다. 이번 논란은 2011년 8월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논란을 연상하게 한다.

오 전 시장은 '보수의 기대주'로 몸집을 키워가다 무상급식 역풍에 휩쓸리면서 정치적인 위상이 급격히 추락한 경험이 있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3일 앞둔 2011년 8월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율 33.3%에 이르지 못해 투표함을 열지 못한다면 시장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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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투표율은 25.7%에 머물렀고 그는 서울시장직을 내놓았다. "애들 먹는 문제를 갖고 시장직을 거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자신의 약속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한국당(당시 한나라당)은 2011년 8월 그 사건 이후 지금까지 서울시장 자리를 내어준 채 '서울 야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29일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시장직을 건 행위는) 다시 한번 깊이 머리 숙여서 사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무상급식 때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시장직을 잃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핵개발 발언도 마찬가지"라며 "정치 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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