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팹리스 시장서 중국 비중 3위
중국 팹리스 수 7년간 4.1배 증가
특허 출원 늘리며 설계 역량 강화
중국 화웨이가 최근 고급 반도체를 품은 5세대 이동통신(5G)용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은 뒤 관련 소식이 끊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 스마트폰에는 화웨이가 설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프로세서가 포함돼 있는데요, 이 프로세서를 어떻게 만들어서 탑재했는지를 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은 팹리스 분야에서 나름(?) 선두권 국가입니다. 물론 미국이 세계 팹리스 시장의 68%(2021년 기준)를 차지하다 보니 2, 3위인 대만(21%)과 중국(9%) 비중이 크진 않지만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좁혀서 보면 지난해 중국 비중은 22%로 대만(7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10위권 업체 목록엔 윌세미와 유니SOC 등 중국 업체 다섯 곳이 이름을 올렸죠.
업계에선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한 2000년대 이후 현지 팹리스 시장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고 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6월 중국 반도체 산업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중국 팹리스 수가 2014년 681개에서 2021년 2810개로 7년간 4.1배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3배 늘면서 2021년 기준 4519억위안을 기록했다고 하네요.
KIEP는 또 "(중국에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칩 설계 분야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팹리스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본 겁니다. 일부 팹리스의 경우 첨단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높이면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했죠.
실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5월 대만에서 열린 IT 행사에 참석해 "중국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스타트업이 많이 있다"며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첨단 GPU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이 결국 중국 GPU 자립을 도울 것이라는 의미였죠. 중국에는 바이렌 테크놀로지와 이노실리콘, 베리실리콘 등 여러 팹리스가 GPU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하네요.
업계는 중국이 이같은 노력에도 미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미국과의 피할 수 없는 패권 경쟁 무대가 반도체 분야에서 펼쳐진 만큼 장기적으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중국이 국산화에 힘쓸수록 하이실리콘처럼 사업 기회를 얻는 팹리스가 늘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 최근 다량의 특허를 출원하며 설계 역량을 축적하고 있는 점도 향후 주목할 요소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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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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