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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넥스시장의 활성화, 꼭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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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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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코넥스시장의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코넥스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이 공모규제를 받지 않고 주로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인데, 코스피시장·코스닥시장과 달리 시장이 침체되어 있어서 상장과 거래 모두 빈약한 실정이다. 이에 지난 1월, 양 기관은 코넥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과 소액투자 전용계좌 제도 폐지 등의 방침을 발표하고 이를 올해 상반기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거래소내 다른 시장에는 없고 코넥스시장에만 존재하는 기본예탁금 제도는 일반투자자의 시장 참여 조건으로 최소 3천만원을 예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코넥스 전용 소액투자계좌는 기본예탁금이 없더라도 연간 3천만원 한도 내의 거래를 허용하는 것으로서 1인 1계좌로 제한된다. 두 제도 모두 코넥스시장의 위험성을 감안하여 일반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거나 과도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둔 진입 장벽이다. 그런데 현재 시장이 침체되어 있으므로 이를 폐지하여 일반투자자의 적극 참여에 따른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반론은 어떠한가?


① 코넥스시장은 거래종목과 거래량으로 평가하기보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실적과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 등으로 활성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즉 거래량 등이 빈약하더라도 활성화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 ② 코넥스 상장기업의 정보가 크게 부족하여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므로 기본예탁금(3억원) 등의 제도로 개인투자자의 코넥스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 ③ 코넥스시장은 규제나 감독이 약해서 불공정거래 위험이 크므로 일반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 ④ 코넥스시장은 고위험-고수익 시장이므로 일반투자자는 직접 참여보다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다.


사실 이 네가지 반론은 금융위원회와 거래소가 2013년 7월 초 코넥스시장 개설 직후 배포한 「코넥스 시장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당국 입장의 핵심은 코넥스시장이 고위험시장이고 정보비대칭도 커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므로 최소한 3억원의 기본예탁금 제도로 자기방어 능력이 약한 일반투자자의 진입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는 지속적인 시장활성화 목소리에 밀려 점차 약화되어 2013년 시장 개설시 3억원 이었던 기본예탁금은 2015년 1억원으로 줄었고 이어 2019년에는 3천만원으로 하향 조정되었다가 이제 금년 상반기 중 완전 폐지로 가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이 정책 방향은 제대로 설정된 것일까?

이 문제는 최근 20여년간 거래소의 전체적인 상장 정책을 놓고 거시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2000년 전후의 닷컴 열풍을 타고 코스닥시장에는 수 많은 벤처기업들이 밀물처럼 몰려와 상장되었는데, 그후 버블이 꺼지고 썰물이 되자 많은 기업들이 상장폐지되었고 막대한 손해를 본 일반투자자들의 곡소리가 드높아졌다. 이에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상장요건을 강화하였고 2009년에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도 도입하여 코스닥시장의 건전성을 코스피시장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과도한 건전화로 시장이 침체되고 상장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 기능마저 위축되자 2015년 이후 상장요건을 유연화하여 테슬라요건상장, 기술특례상장, 성장성특례상장과 같이 적자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인정될 경우 진입을 허용하는 다양한 상장 트랙을 도입하였다. 이처럼 코넥스시장의 다음 단계인 코스닥시장의 상장정책 유연화는 코넥스시장 후보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즉 코스닥으로 직행할 수 있는 문이 넓어진 상황에서 굳이 코넥스시장을 경유할 필요가 적어진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벤처활성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벤처투자로 인해 코넥스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들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코넥스시장의 침체는 당국의 정책 잘못이라기 보다는 코스닥시장의 활성화와 벤처투자 환경의 변화에 따른 콜래트럴 데미지일 수 있다. 그런데도 원래 기관전용 사모시장으로 출범한 코넥스시장을 일반투자자의 자유로운 진입을 허용하고 그 거래를 통해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타당한 진단과 처방인지는 의문이다.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유지하거나 일반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방안을 함께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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