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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빅테크]내년부터 규제 강도 더 세진다…'기울어진 운동장' 정조준

최종수정 2021.12.28 11:30 기사입력 2021.12.28 11:30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에 빅테크 정조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더 이상 '편애' 없다
전전긍긍 빅테크 업계…경영 능력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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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승범 금융위원장·12월15일 빅테크 간담회 모두발언)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는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에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빅테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조가 두 수장 교체 이후 편애 모드에서 ‘규제 강경모드’로 확고해졌기 때문.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 더 넓고 높아진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새로운 스탠스다.

◆금융당국, 공룡 된 빅테크 정조준=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빅테크에 대해 그간 ‘규제 완화’로 다양한 사업에서 편의를 봐줬던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동일기능·동일규제’를 적용해 더는 빅테크에 대한 편애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빅테크는 그간 금융혁신이라는 명목 아래 은행 등 전통 금융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왔다. 특혜를 등에 업고 빅테크는 최근 몇년 새 급성장하며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바꿔놨다. 현재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62조원 수준으로 4대 금융지주사 시가총액을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최근 상장한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도 금융지주사 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빅테크의 급성장은 많은 논란을 빚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사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마이데이터’였다. 금융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빅테크에 금융거래와 관련한 개인 신용정보 등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한 반면 빅테크는 ‘주문 내역’ 등 핵심 전자상거래 정보가 개인 신용정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공을 거부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핵심사업으로 추진했던 ‘대환대출 플랫폼’도 빅테크에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가 문제가 돼 무산됐다. 기존 금융사들이 해당 플랫폼의 주도권이 빅테크에 있다는 점을 들어 참여를 꺼린 것이 원인이 됐다.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며 자칫 상품 조달 기능만 제공하는 입장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만약 도입했다면 재주는 곰(은행)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빅테크)이 챙겨가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수장이 교체된 이후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확고한 기조다.


금융당국은 고 위원장 취임 직후 빅테크의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을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에 카카오페이 등 일부 빅테크는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다. 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서도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과 편향적 서비스 제공 등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회에 제출된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플랫폼의 손해 전가나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경영활동 관여 등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그간 불거졌던 특혜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빅테크들의 사업이 금융업과 전혀 차이가 없지만 규제를 받지 않았던 점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동일기능·동일규제는 소비자 보호 및 기업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전긍긍 빅테크…경영능력 시험대=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는 내년에 더욱 강화된다. 금융위는 최근 빅테크 그룹을 대상으로 한 감독체계 도입 검토와 빅테크 발(發) 잠재리스크 점검을 내년도 업무계획으로 밝혔다.


삼성·한화 등 지주사가 아닌 금융그룹에 해당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을 빅테크에 도입하는 안이 유력하다. 빅테크 기업이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을 적용받게 되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자본 부담이 늘어나고 계열사 간 내부 거래도 제한된다.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 사이에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시스템 리스크 차단을 위해 ‘금융그룹감독법’상 복합금융그룹 지정 여부 등을 검토하고 금융·비금융 간 위험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빅테크의 선불충전금에 대한 소비자 보호 조치 강화를 추진한다. 최근 발생한 이른바 ‘머지포인트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금융당국의 ‘규제 강경모드’를 두고 빅테크 업권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혁신을 외치며 규제는 오히려 강화하는 점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강조되는데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는 사업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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